서울과 수도권의 평양냉면 계보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평양면옥’이다. 그러나 의정부 평양면옥과 장충동 평양면옥은 이름만 같을 뿐 창업자와 가족관계가 서로 다른 별개의 집안이다.
두 평양면옥은 각각 자녀와 손자 세대로 이어지며 여러 식당을 낳았다. 오늘날 냉면 애호가들이 말하는 ‘의정부파’와 ‘장충동파’도 이 두 집안에서 형성됐다.
평양냉면은 메밀로 만든 국수를 차가운 육수나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는 평안도 음식이다. 양념을 강하게 쓰기보다 메밀과 육수의 맛을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본래 겨울철 동치미와 함께 먹던 음식이었지만 분단과 전쟁을 거치며 월남한 실향민들에 의해 서울과 수도권에 자리 잡았다.
의정부 계열의 시작은 평안도 대동군 출신 홍영남·김경필 부부다. 1·4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온 부부는 1969년 경기도 연천군 전곡에서 평양면옥을 열었다. 냉면이 알려지면서 1987년 의정부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의정부 본점은 아들 홍진권이 가업을 이어 운영하고 있다. 고기 육수와 동치미를 조화시킨 담백한 국물, 비교적 탄력 있는 면, 고춧가루와 파를 올리는 고명이 의정부 계열의 특징으로 꼽힌다.
의정부 평양면옥의 계보는 세 딸을 통해 서울로 뻗어 나갔다. 맏딸 홍순자가 충무로에 필동면옥을 열었고, 둘째 딸 홍정숙은 1985년 을지면옥을 개업했다. 막내딸 홍명숙도 서울 잠원동에서 평양면옥을 운영하며 가문의 냉면을 이었다.
필동면옥은 의정부 계열을 대표하는 식당으로 자리 잡았다. 맑은 육수 위에 고춧가루와 파, 고추를 올리는 방식에서 본가의 색깔이 뚜렷하다. 냉면뿐 아니라 돼지고기 제육과 편육도 대표 메뉴로 꼽힌다.
을지면옥은 서울 을지로 골목의 대표적인 노포로 명성을 얻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로 2022년 기존 건물을 떠났으나 2024년 종로구 낙원동에서 영업을 재개했다. 장소는 바뀌었지만 의정부 본가에서 이어진 조리 방식과 상호는 유지됐다.
이를 계보로 정리하면 의정부 평양면옥에서 필동면옥, 을지면옥, 잠원동 평양면옥으로 가지가 갈라진 구조다. 상호가 서로 달라도 모두 홍영남·김경필 부부의 자녀들이 세운 직계 가족 식당이다.
장충동 평양면옥은 이와 다른 뿌리를 갖고 있다. 평양에서 대동면옥을 운영했던 김면섭의 며느리 변정숙이 집안의 음식 솜씨를 이어받아 1985년 서울 장충동에 평양면옥을 열었다.
장충동 본점은 큰아들 김대성이, 논현동 평양면옥은 둘째 아들 김호성이 맡으면서 가족 계보가 형성됐다. 분당 평양면옥과 도곡동 평양면옥 등도 이 집안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매장은 손자·손녀 세대가 운영에 참여하면서 3대와 4대로 전통이 이어졌다.
장충동 계열은 비교적 맑고 깨끗한 육수와 부드럽게 끊어지는 메밀면을 중심으로 한다. 의정부 계열처럼 고춧가루 고명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육수와 면의 균형을 강조한다. 만두에는 두부와 숙주 등 채소를 넉넉하게 넣는 것도 특징이다.
두 계열에서 모두 경험을 쌓은 조리인이 독립해 새로운 식당을 열기도 했다. 서울 논현동의 진미평양냉면을 세운 임세권 대표는 의정부 평양면옥과 장충동 평양면옥에서 근무했다. 특히 장충동 평양면옥에서 오랫동안 주방을 맡아 일반적으로 장충동 계열에 가까운 식당으로 분류된다. 혈연이 아닌 기술 전승을 통해 새로운 가지가 만들어진 사례다.
우래옥과 을밀대, 부원면옥, 서북면옥 등도 한국 평양냉면을 대표하지만 두 평양면옥 집안의 직계 계보는 아니다. 우래옥은 장원일이 1946년 문을 연 독립된 계열이고, 을밀대 역시 별도의 창업 역사와 조리법을 갖고 있다.
결국 ‘평양면옥의 계보’는 하나의 본점에서 전국으로 퍼진 단일 체계가 아니다. 의정부 평양면옥과 장충동 평양면옥이라는 두 뿌리가 각자의 가족과 조리인을 통해 여러 갈래로 성장한 역사다.
같은 평양면옥이라는 간판 아래에는 전쟁으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실향민들의 삶과 가족 승계의 역사가 함께 담겨 있다. 메밀면 한 그릇이 개인의 기억을 넘어 한국 외식문화의 계보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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