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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브샤브는 일본 음식인가 중국 음식인가…얇은 고기 한 점에 담긴 이동의 역사

끓는 육수에 얇게 썬 고기를 몇 차례 흔들어 익혀 먹는 샤브샤브는 일본을 대표하는 고기 요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조리법의 뿌리까지 일본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중국 북방의 양고기 화로 요리에서 착안해 일본에서 쇠고기 요리로 재구성된 음식이라는 설명이 가장 정확하다.

샤브샤브의 직접적인 원형으로 꼽히는 음식은 중국의 ‘솬양러우’다. 한자로는 ‘涮羊肉’라고 쓰며, 얇게 썬 양고기를 끓는 물이나 육수에 살짝 흔들어 익힌다는 뜻이다.

솬양러우는 가운데 굴뚝이 솟은 구리 화로에 숯을 넣고 물을 끓인 뒤 양고기를 데쳐 먹는다. 익힌 고기는 참깨장과 발효 두부, 간장, 식초, 부추꽃 소스 등에 찍어 먹는다. 오늘날 베이징을 대표하는 전통 음식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 조리법이 원나라 시대 몽골군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전투를 앞두고 요리할 시간이 부족해 양고기를 얇게 잘라 끓는 물에 급히 익혀 먹었다는 설이다. 칭기즈칸 또는 쿠빌라이가 등장하는 여러 버전이 있지만 이를 그대로 입증할 확실한 사료는 부족하다.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 음식의 기원을 설명하는 전승에 가깝다.

확인 가능한 기록으로는 청나라 말기부터 베이징의 전문 음식점을 중심으로 솬양러우가 널리 보급됐다. 1903년 문을 연 베이징의 둥라이순은 얇은 양고기와 구리 화로를 내세워 솬양러우를 대중화한 대표적인 식당이다. 둥라이순의 조리 기술은 2008년 중국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중국의 양고기 화로 요리가 일본식 샤브샤브로 변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다. 오사카의 쇠고기 전문점 스에히로를 운영하던 미야케 다다이치가 중국의 솬양러우에서 착안해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고기 요리를 개발했다.

미야케는 양고기 대신 일본에서 선호도가 높은 쇠고기를 얇게 썰어 사용했다. 강한 향신료가 들어가는 중국식 소스 대신 참깨를 갈아 만든 고마다레와 감귤류의 산미를 살린 폰즈가 곁들여졌다. 육수에는 채소와 두부, 버섯 등을 함께 넣었다. 중국 북방의 양고기 화로가 일본식 쇠고기 전골로 바뀐 것이다.

스에히로 측은 미야케가 2년에 걸쳐 요리를 개발해 1952년 완성했다고 설명한다. 다만 식당의 다른 공식 자료에는 처음 정식 메뉴에 오른 시점이 1954년으로 기록돼 있다. 따라서 1952년은 개발·명명 시점, 1954년은 본격적인 판매 시점으로 구분해 보는 것이 타당하다.

‘샤브샤브’라는 이름은 중국어에서 온 말이 아니다. 스에히로 주방에서 종업원이 물에 수건을 헹구는 소리를 들은 미야케가 고기를 육수 속에서 흔드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붙였다는 것이 식당 측 설명이다. 일본어의 의태어인 ‘샤부샤부’가 그대로 음식 이름이 됐다.

스에히로는 1958년 ‘고기 샤브샤브’와 ‘스에히로의 샤브샤브’ 등을 상표로 등록했다. 이후 이름과 조리법이 다른 음식점과 가정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샤브샤브는 일반적인 음식 명칭으로 정착했다.

샤브샤브의 핵심은 고기를 오래 삶지 않는 데 있다. 얇게 썬 고기를 끓는 육수에 잠깐 담그면 표면의 단백질은 익으면서도 내부의 수분은 비교적 유지된다. 지방 일부가 육수에 빠지기 때문에 구이나 전골보다 담백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대중화에 영향을 미쳤다.

초기의 일본 샤브샤브는 쇠고기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돼지고기와 닭고기, 방어와 도미, 문어, 게 등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한국에서는 각종 채소와 버섯, 칼국수, 죽까지 이어지는 한 끼 식사 방식으로 발전했다.

결국 샤브샤브를 어느 한 나라만의 고유 음식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조리법의 뿌리는 중국 북방의 솬양러우에 있고, ‘샤브샤브’라는 이름과 오늘날의 쇠고기 중심 구성은 1950년대 일본 오사카에서 만들어졌다. 중국의 양고기 화로가 일본에서 쇠고기 요리로 변하고 다시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식문화와 결합한 대표적인 음식 교류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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