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시간당 강수량이 급격히 치솟는 극한호우가 반복되면서 재난 대응의 중심을 지방 현장으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중앙정부가 예보와 경보, 예산 지원을 담당하더라도 주민 대피와 도로 통제, 위험지역 점검은 결국 지방자치단체가 실행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산사태와 하천 재해, 지하공간 침수 등을 중심으로 전국 9412곳을 인명피해 우려지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448곳 늘어난 규모다.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읍·면·동장이 주민 대피명령을 주도하도록 대응 체계도 바꿨다.
산림당국은 산사태 취약지역 2만4513곳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고, 별도로 분석한 위험 예상지 13만2000곳의 정보를 지방정부에 제공했다. 기존에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장소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그러나 위험지역 목록을 늘리고 경보를 발령하는 것만으로 피해를 막기는 어렵다. 같은 시·군 안에서도 강수량과 지형, 배수 상태가 다르고 산림 인접 주택과 계곡 주변 마을은 위험 정도가 시시각각 달라진다. 실제 현장의 도로와 배수로, 옹벽, 급경사지 상태를 가장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주체는 지방정부와 읍·면·동 행정조직이다.
지방정부의 첫 번째 과제는 위험지역을 문서가 아닌 현장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산사태 취약지역뿐 아니라 산불 피해지, 벌목지, 태양광 시설 주변, 전원주택 개발지, 노후 축대와 급경사지까지 점검 범위를 넓혀야 한다. 배수로에 쌓인 토사와 낙엽을 제거하고 계곡의 물길이 바뀌었는지도 반복적으로 살펴야 한다.
두 번째는 과감한 선제 대피다. 산사태는 발생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고, 토사가 주택을 덮치면 구조할 시간도 부족하다. 누적 강수량과 시간당 강수량이 기준을 넘었을 때는 주민 동의를 기다리기보다 행정명령을 통해 먼저 대피시키는 원칙이 필요하다. 특히 고령자가 많은 산간 마을에는 담당 공무원과 이·통장, 소방·경찰을 연결한 이동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재난문자도 지역 전체에 같은 내용을 보내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위험 영향권에 있는 주민에게 대피 시점과 이동 경로, 대피 장소를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 휴대전화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주민을 위해 마을방송과 가정 방문, 차량 안내방송도 함께 가동해야 한다.
세 번째는 지방의 재난 대응 인력과 예산을 확충하는 일이다. 재난안전 담당자가 여러 업무를 동시에 맡는 구조에서는 야간이나 휴일에 발생하는 국지성 폭우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다. 중앙정부는 시설비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전문인력과 현장 점검 인력을 상시 확보할 수 있도록 재정을 뒷받침해야 한다.
국가하천과 대규모 방재시설만 정비해서는 지역 피해를 막을 수 없다. 주민 생활과 맞닿아 있는 지방하천과 소하천, 농수로, 산비탈 배수시설을 함께 정비해야 한다. 복구비를 사후에 투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예방사업의 행정절차와 토지 보상 기간도 단축할 필요가 있다.
폭우는 전국적으로 내리지만 피해는 특정 골짜기와 마을, 도로에서 발생한다. 중앙정부의 정확한 예보와 지원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순간 주민의 문을 두드리고 통행을 막으며 대피를 실행하는 곳은 지방 현장이다. 산사태와 폭우 대책의 성패는 지방정부가 얼마나 빨리 판단하고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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