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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고기에서 비롯된 ‘수육’, 김치에서 진화한 ‘보쌈’

한국 식문화에서 ‘수육’과 ‘보쌈’은 비슷해 보이지만 그 뿌리와 의미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수육(수肉)’이라는 말은 본래 한자어 ‘숙육(熟肉)’에서 비롯됐다. 문자 그대로 ‘삶아 익힌 고기’를 뜻하며, 조선 후기 조리서에도 ‘양지머리·사태·제육 등을 삶아 썰어 쓰는 숙육’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처럼 고기를 푹 삶아 얇게 저며 먹는 음식을 당시에는 ‘편육(片肉)’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따라서 ‘수육’은 처음에는 쇠고기를 삶은 익힌 고기를 의미했으며, 돼지고기 수육은 후대에 정착된 형태로 보는 견해가 많다. 시간이 흐르면서 돼지고기를 삶아 김치나 젓갈 등과 곁들이는 문화가 퍼지며 오늘날의 ‘수육’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반면 ‘보쌈’은 애초에 고기 요리가 아닌 김치의 한 형태를 가리키던 말이었다. 보쌈김치, 즉 배춧잎에 속재료를 싸듯이 담근 김치가 그 원형이다. 개성 지방의 향토 김치로 알려져 있으며, 조선시대 궁중과 양반가에서도 보쌈김치를 담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후 이 ‘싸는’ 행위의 의미가 음식 전체로 확장되면서, 삶은 돼지고기와 김치를 함께 싸서 먹는 형태의 요리를 ‘보쌈’이라 부르게 됐다.

오늘날의 보쌈은 ‘돼지고기 수육 + 쌈김치’의 조합이 일반화된 결과다. 즉, 본래 김치의 이름이 요리명으로 확장된 언어적 변천이 이루어진 셈이다.

결국 ‘수육’은 조리 방식에 초점을 둔 전통적 고기 요리 개념이고, ‘보쌈’은 그 수육을 김치와 함께 싸서 먹는 한국 특유의 식문화가 더해진 발전형이다. 두 음식 모두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인의 식탁에서 ‘함께 먹는 즐거움’을 상징하는 대표적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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