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압박에 맞서 전기차와 배터리의 대미 수출을 자율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일본이 미국과의 무역갈등 완화를 위해 도입했던 ‘수출자율규제(VER)’를 연상케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중국 정부 자문단 발언을 인용해 중국이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 대한 수출 자율규제를 협상 카드로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미국 내 투자 기회를 얻는 대가로 해당 산업에 대해 수출을 자제하는 방식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120%, 리튬배터리 및 부품에는 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책정한 전기차 100%, 배터리 25% 관세에 더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중국산 제품 전반에 20% 추가 관세를 예고하면서 누적된 수치다. 여기에 오는 4월 2일 추가 보복 관세가 시행되면 중국의 배터리 산업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2023년 기준 미국의 중국산 전기차 수입은 3억888만 달러로 전체 시장의 2% 수준에 불과했으나, 중국산 리튬이온 배터리는 130억 달러 이상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이 70.5%에 달한다. 이에 따라 배터리 부문에서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1980년대 일본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피하기 위해 연간 168만 대로 대미 자동차 수출을 자율 제한하는 VER에 동의한 바 있다. WSJ은 “당시 일본은 수출 물량을 줄이면서도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을 유지했고, 이후 미국 내 생산기지를 확보하면서 해당 규제가 불필요해졌다”고 전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국은 자율규제를 통해 미국 제조업 부흥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며 트럼프와의 협상 국면을 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도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은 지난달 28일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의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자동차 및 배터리 유통·서비스 외에도 국내 상표 등록을 마치는 등 본격적인 시장 진입 준비를 마쳤다.
2021년 설립된 지커는 2022년 7만 대, 2023년 11만 대, 지난해 22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급성장 중이다. 지난해에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약 6000억 원을 조달했다. 국내에서는 글로벌 전용 SUV ‘7X’를 우선 출시할 것으로 보이며, 유럽 기준 사륜구동 모델은 1회 충전 시 543㎞ 주행, 제로백 3.8초의 성능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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