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조기 총선에서 중도우파 기민당·기사당 연합이 1위에 올랐고,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사상 처음으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집권 사민당은 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정권 유지에 실패했다. 조기 총선의 핵심 쟁점은 이민정책이었다.
지난 2월 23일 치러진 총선에서 AfD는 20.8%를 득표하며 2021년보다 10.4%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구동독 지역에서는 32%를 얻어 기민당(18.7%)을 크게 앞섰고, 구서독 지역에서도 18%를 기록해 지지기반이 전국으로 확산된 양상이다.
기민당·기사당 연합은 28.52%를 얻어 1위를 차지했으나,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득표율이었다.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민당은 16.41%로 9.3%포인트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녹색당도 11.61%로 3.1%포인트 하락했다. 좌파당은 8.77%를 얻어 5위에 올랐다.
사민당·녹색당·자민당으로 구성된 ‘신호등 연정’은 해체 수순을 밟았다. 자민당은 득표율이 4.33%로 의회 진출에 실패했으며, 린드너 당대표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11월 숄츠 총리는 예산안 갈등을 이유로 린드너를 해임하며 연정 붕괴를 공식화했다.
총선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이민 문제였다. 선거 직전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의 흉기난동과 차량 돌진 사건이 잇따르며 사회적 불안을 키웠다. 기민당 총리 후보 메르츠는 불법 이민자 강제송환과 국경 검문 강화를 공약하며 보수층의 표심을 자극했다. 지난 1월 기민당은 망명 및 이민정책 강화를 위한 결의안을 연방의회에 상정했고, AfD의 지지로 통과됐다.
문제는 기민당이 AfD의 지지를 사전에 인지하고 결의안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기존 정당과 극우 정당의 협력은 독일 정치에서 금기시되어 왔으며, ‘방화벽’으로 불려왔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는 이에 대해 “독일 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극우 정당의 표로 안건이 통과됐다”며 비판에 나섰다. 이후 기민당 내부 이탈표로 인해 ‘불법 이민자 유입 제한 법안’은 부결됐다.
메르츠가 이끄는 기민당·기사당 연합은 총선 1위를 차지했지만 목표치였던 35%에는 미치지 못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AfD의 정부 참여에 대한 선호도는 낮았다. 인프라테스트 디맵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민당과 사민당의 연정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고, AfD와의 연정은 보수 지지층에서도 9%에 불과했다.
선거 직후 기민당과 사민당은 연정 협상을 선언했다. 메르츠는 선거 과정에서 반이민, 감세, 성장 우선의 기조를 내세웠지만 사민당과의 협상에서 일부 조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민당은 재정지출 확대와 서민 지원에 방점을 찍고 있으며, 강제송환 등 일부 이민정책에서는 절충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경제정책은 협상 과정의 주요 갈등 요소로 꼽힌다. 메르츠는 부채한도 확대에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사민당은 경기부양과 복지 확대를 위한 지출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두 정당 모두 조속한 정부 구성에 대한 책임감을 표명하면서 실용적 타협이 예상된다.
3월 2일 치러진 함부르크 시의회 선거에서는 사민당이 34.3%로 1위를 차지하며 반등 조짐을 보였다. 대도시 유권자들은 주거, 교통 등 현실 문제에 초점을 두며 사민당과 녹색당에 여전히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AfD는 7.4%로 5위에 머물렀다.
〈차이트〉는 “함부르크 선거 결과는 사민당에 여전히 기회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대도시와 지방의 정치적 분열을 분석했다. 평균소득이 낮고 외국인 비율이 적은 지역일수록 AfD 지지율이 높았다는 조사도 함께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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