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나무와 장미가 가득한 정원 너머로 철골 지붕을 드러낸 낡은 건축물이 보인다.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남아 있는 원폭돔이다.
평온한 공원의 풍경과 폭격 당시의 모습을 간직한 원폭돔이 한 화면에 겹치면서 전쟁과 평화, 파괴와 재생이라는 상반된 역사를 보여준다.
원폭돔은 1915년 ‘히로시마현 물산진열관’으로 건립됐다. 이후 히로시마현 상품진열소를 거쳐 1933년 히로시마현 산업장려관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지역 특산품을 전시·판매하고 미술전과 각종 행사를 개최하던 히로시마의 대표적인 서양식 건축물이었다.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미군이 투하한 원자폭탄이 건물 인근 상공에서 폭발했다. 강력한 열선과 폭풍으로 건물 내부에 있던 사람들은 목숨을 잃었고 외벽과 철골 돔 일부만 남았다.
히로시마시는 원폭 투하 당시 약 35만명이 시내에 있었으며 같은 해 12월 말까지 약 14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한다. 희생자 가운데에는 일본인뿐만 아니라 당시 식민지 조선에서 건너온 조선인과 중국인, 외국인도 포함됐다. 정확한 사망자 수는 지금까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후 원폭돔을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과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피폭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위험한 폐허라는 이유로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도시 재건 과정에서 피폭 건물이 하나둘 사라지자 역사의 증거로 남겨야 한다는 시민 여론이 힘을 얻었다.
히로시마시의회는 1966년 원폭돔의 영구 보존을 결의했고 이듬해 첫 보존공사가 실시됐다. 이후 정기적인 안전조사와 보강공사를 통해 피폭 직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원폭돔은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원폭으로 폐허가 된 주변 지역은 전쟁이 끝난 뒤 평화기념공원으로 조성됐다. 1949년 공포된 히로시마평화기념도시건설법에 따라 1950년부터 공원과 관련 시설 건설이 추진됐으며 1955년 완공됐다.
오늘날 공원에는 원폭돔과 히로시마평화기념자료관, 원폭 사망자 위령비, 피폭 수목 등 전쟁의 참상을 전하는 시설과 흔적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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