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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수국’이라는 이름의 작은 횡포…함께 피어 더 풍성한 여름꽃

수국 가운데 가장 나무다운 모습이라서일까. ‘나무수국’이라는 이름을 들을 때마다 조금은 억울한 생각이 든다.

수국속 식물 상당수가 목본인데 유독 한 종만 ‘나무수국’이라는 이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만 놓고 보면 다른 수국들은 졸지에 풀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나무수국은 학명 Hydrangea paniculata로 불리는 낙엽성 관목이다. 여름이면 가지 끝에서 원뿔 모양의 커다란 꽃차례가 올라오고 흰색 또는 크림색 꽃이 풍성하게 핀다.

무더운 여름 햇빛 아래 환하게 피어난 모습을 보면 흔히 알려진 수국의 이미지와도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수국 가운데는 토양의 산도와 알루미늄 이용 가능성 등에 따라 꽃 색깔이 달라지는 종류가 있지만, 나무수국은 기본적으로 흰 꽃을 피운다.

다만 ‘끝까지 변하지 않는 하양’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다르다. 품종과 기온, 계절에 따라 꽃은 시간이 지나면서 분홍빛이나 붉은빛을 띠기도 하고 늦가을에는 갈색으로 마른다.

이를 ‘변심’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활짝 피어 자신의 계절을 다 보낸 꽃이 서서히 색을 내려놓는 과정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노화에 가깝다. 한여름 뜨거운 햇빛을 견디며 환하게 피었다가 계절의 끝에서 조용히 땅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나무수국은 키가 크게 자라고 꽃차례도 크다. 가지가 충분히 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꽃이 많이 달리거나 비를 맞으면 무게 때문에 가지가 아래로 늘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여러 포기를 함께 심어 놓으면 모습이 달라진다. 서로의 빈 공간을 채우며 커다란 흰 꽃무리를 이루고 한 포기로 있을 때보다 훨씬 풍성한 경관을 만든다.

혼자 서 있으면 무게를 이기지 못해 고개를 숙일 때도 있지만 함께 있으면 서로의 공간을 채우며 하나의 숲처럼 보인다.

나무수국을 바라보다 보면 식물에서도 사람 사는 모습이 겹쳐 보인다.

혼자 높이 자라는 것보다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때 더 아름답고 더 풍성해지는 것.

한여름 하얗게 핀 나무수국이 보여주는 풍경이다.

참고로 ‘냉정·변심’ 같은 꽃말은 식물학적 공식 분류가 아니라 국가와 시대, 자료에 따라 달라지는 문화적 상징이어서 기사에서는 단정하지 않는 편이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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