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말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를 계기로 국내 공항의 로컬라이저(localizer) 설치 실태와 안전성이 항공 안전 분야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가 활주로 중심선과 정렬해 착륙하도록 유도하는 계기착륙시스템(ILS)의 핵심 구성 요소다. 그러나 일부 공항에서 구조물 형태와 설치 위치가 사고 시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사고는 2024년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했다. 비상 착륙을 시도하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면서 종단부 인근 구조물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대형 인명·기체 피해로 이어졌다. 조사 과정에서 충돌 지점에 설치된 구조물이 로컬라이저 안테나를 지지하는 콘크리트 기반 시설로 확인되면서, 설치 방식 자체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고 이후 국토교통부와 관계 기관이 전국 공항을 대상으로 로컬라이저 시설 전수 점검에 나섰다. 그 결과 13개 공항 가운데 7곳에서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무안, 광주, 여수, 포항·경주 등 지방 공항 다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지면 위로 돌출된 형태로 설치돼 있어,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할 경우 충돌 시 피해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류됐다.
반면 인천국제공항과 양양공항 등 일부 공항은 로컬라이저가 활주로 종단 안전구역(RESA) 안에 위치해 있고, 충돌 시 쉽게 파손되는 재질을 적용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단한 고정 구조물이 남아 있는 한, 사고 시 항공기와 탑승객에게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논란은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 문제로도 이어진다. 국제민간항공기구는 활주로 주변 항행안전시설에 대해 항공기 충돌 시 쉽게 부서지는 취약 구조를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일부 공항은 콘크리트 등 견고한 구조를 유지해 국제 권고와 괴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사고를 계기로 로컬라이저를 포함한 항행안전시설 전반에 대해 재배치와 재설계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부 공항에서는 기존 콘크리트 기반을 경량 구조로 교체하거나 지하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단기적 보완에 그치지 않고, 설치 기준 자체를 국제 수준에 맞춰 전면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로컬라이저가 안전 착륙을 돕는 필수 장비인 만큼, 사고 시 2차 위험을 유발하지 않는 구조적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사고는 단일 공항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항공 안전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설계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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