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송사 ABC가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세력 비판 방송을 잠정 폐지한 뒤, 모회사 디즈니의 OTT 서비스 구독자 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분석업체 안테나에 따르면 2025년 9월 한 달간 디즈니플러스 구독을 해지한 미국 이용자는 약 300만 명으로, 직전 3개월 평균(120만 명)의 두 배를 넘었다. 같은 기간 디즈니가 보유한 훌루의 미국 내 해지 건수도 190만 건에서 410만 건으로 폭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디즈니플러스의 이탈률(churn rate)은 8%, 훌루는 10%로 급등했지만 넷플릭스는 13개월 연속 2%를 유지했다”며 “이탈 원인은 ‘지미 키멀 라이브’ 방송 중단 사태가 결정적”이라고 분석했다.
ABC는 지난달 17일, 2003년부터 이어진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진행자 지미 키멀이 “마가 세력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찰리 커크 사건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한 직후였다. 커크는 보수단체 ‘턴링포인트USA’ 설립자로,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행보를 이어온 인물이다.
방송 직후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브렌던 카 위원이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고, ABC는 몇 시간 만에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했다. 이에 배우 타티아나 마슬라니 등 디즈니 계열 작품 출연자들이 SNS에서 구독 해지를 촉구하며 ‘보이콧 디즈니’ 운동이 확산됐다.
ABC는 논란 5일 만에 방송 재개를 발표했다. 지미 키멀은 9월 23일 복귀 방송에서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 코미디언을 침묵시키려는 시도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다. 해당 방송 시청률은 평소의 4배를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구독요금 인상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NYT는 “디즈니가 8월 요금 인상을 발표했지만 실제 적용은 10월 이후였고, 데이터상 이탈률 변화는 미미했다”며 “정치적 논란이 구독 해지의 핵심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콘텐츠 기업의 정치적 중립성과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 문제를 다시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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