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수감자들의 사생활 보호와 인권을 존중하기 위한 조치로, 교도소 내에서 배우자 및 연인과의 부부관계를 허용하는 공간이 공식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 뉴스에 따르면, 중부 움브리아주 테르니 교도소에 최근 전국 최초로 ‘애정의 방’이 마련돼 운영에 들어갔다. 이 공간은 침대, TV, 욕실 등 필수적인 생활 편의시설을 갖춘 사적인 공간으로, 수감자들이 배우자 혹은 오랜 연인과 친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월 이탈리아 헌법재판소가 수감자의 사생활 보장 권리를 인정한 판결에 따른 후속 행정 절차의 일환이다. 헌재는 수감자에게도 배우자나 연인과의 사적인 만남은 인간적 권리라는 점을 명시했다.
애정의 방에서는 수감자가 하루 한 차례, 최대 2시간 동안 상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며, 향후 하루 최대 세 건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첫 공식 사용자는 캄파니아 출신의 60대 수감자로, 법적으로는 부부가 아니지만 장기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용이 허용됐다.
움브리아주 수감자 인권보호관 주세페 카포리오는 테르니 교도소의 시설 개설과 관련해 “짧은 시간 안에 공간 확보와 규정 수립, 감시체계 정비까지 이뤄낸 것은 작은 기적”이라며 “수감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철저한 비밀 유지와 함께 전국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도관 노조인 SAPPE는 법무부의 해당 지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교도관이 수감자의 성생활까지 관리해야 하느냐”며 “직업적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유럽 여러 국가에서는 유사한 제도가 이미 일반화돼 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은 일정 조건 하에 수감자들이 배우자와 독립된 공간에서 사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한국도 1999년부터 ‘가족 만남의 집’ 제도를 통해 수감자가 교도소 외부의 전용 공간에서 가족과 1박 2일을 함께 보내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대중적 인식은 아직 미미한 상태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