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가 올해 말 한국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한다. 혼다의 국내 완성차 시장 철수는 일본 브랜드의 연쇄 이탈 흐름 속에서 나온 결정으로 평가된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는 지난 4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말 한국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시장 경쟁력 상실에 따른 철수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혼다는 2004년 국내 판매를 시작해 수입차 시장 최초 ‘1만대 클럽’에 진입하며 입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최근 실적은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해 판매량은 1951대로 축소됐고, 올해 1분기 판매는 전년 대비 약 70% 감소한 211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철수 배경으로 제품 경쟁력 약화를 지목한다. 과거 주력 모델인 어코드와 CR-V 등에 의존하는 전략이 지속되면서 디자인, 전동화, 소프트웨어 등 최신 트렌드 대응이 늦어졌다는 분석이다.
한때 ‘기술의 혼다’로 불리던 위상도 흔들렸다. 포뮬러1 엔진 기술과 친환경 엔진 개발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했지만, 이후 전기차와 로보틱스 분야에서 성과를 이어가지 못했다. 2000년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는 기술 시연에 머물다 2018년 개발이 중단됐고, 전기차 전략도 잇따라 수정됐다.
이번 철수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 전반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도 해석된다. 앞서 스바루, 미쓰비시, 닛산, 인피니티 등이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접은 바 있다. 공통적으로 전동화와 디지털 전환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가 따른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전기차 중심 기업들이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과 자율주행 기술을 앞세워 국내 수입차 시장 상위권에 올랐고, BYD는 자체 배터리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했다.
국내 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전동화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전기차 ‘아이오닉 V’를 비롯해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선 상태다.
업계에서는 한국 시장이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시험하는 ‘테스트베드’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도 주목한다. 소비자 수준이 높고 트렌드 변화가 빠른 만큼, 기술 대응 속도가 곧 시장 성패로 직결된다는 평가다.
혼다의 철수는 단순한 한 기업의 사업 축소를 넘어,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뒤처질 경우 어떤 결과를 맞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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