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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기술자’ 이근안 사망…민주화 상처 남긴 채 생 마감



군사정권 시절 고문 수사를 주도해 ‘고문기술자’로 불린 이근안 전 경감이 3월 25일 사망했다. 향년 88세다.

26일 취재를 종합하면 이근안은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건강 악화로 숨졌다.

이근안은 1970~80년대 치안본부 대공수사관으로 활동하며 각종 공안 사건 수사 과정에서 물고문과 전기고문 등 가혹 행위를 자행한 인물이다. 1979년 남민전 사건, 1981년 서울대 무림사건 등에서 고문을 통한 자백을 받아내며 악명을 얻었다.

특히 1985년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이던 김근태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한 당사자로 지목되면서 상징적 인물로 떠올랐다. 당시 변호인단은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해 ‘이름 모를 전기고문 기술자’로 고발장을 제출했으나, 1988년 언론 보도를 통해 신원이 공개되며 사회적 공분이 확산됐다.

이근안은 이후 11년간 도피 생활을 이어가다 1999년 자수했다. 고문과 불법 구금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2006년 출소 이후 종교 활동에 나서 목사로 활동했지만, 과거 행위를 ‘애국’으로 정당화하는 발언을 이어가며 논란이 지속됐다. 2012년에는 소속 교단에서 목사직을 박탈당했다.

그가 관여한 사건들 가운데 일부는 이후 재심과 법원 판결을 통해 고문에 의한 조작 수사로 인정됐다. 2024년 법원은 고문 피해 사건과 관련해 국가와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성명을 통해 “가해자의 죽음이 과거의 범죄를 지울 수 없다”며 “피해자와 유족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밝혔다.

이근안의 사망은 한국 현대사에서 국가폭력과 인권침해의 상징적 사례를 다시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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