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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까지 파고든 일본 곰 출몰…자동문 잠그고 야근 중단

“만약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면 사람들이 출근했을 때 곰이 안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모리오카시의 이와테교육회관에서 만난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이 건물은 최근 곰이 돌진한 곳으로, 인근에 상점과 신사, 우체국이 밀집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당시 새벽 시간 자동문을 수동으로 전환해 둔 것이 화를 면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곰이 건물 안에 들어와 머물렀다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올해 들어 ‘곰 비상’ 국면에 들어섰다.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 곰 습격으로 사망 13명, 부상 230명이 발생했다. 특히 사망자가 집중된 10월 이후에는 곰 관련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교토 기요미즈데라가 발표한 2025년 ‘올해의 한자’로 ‘곰 웅(熊)’이 선정됐다.

피해가 집중된 일본 북부 지역은 긴장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이전에는 산지와 농가 주변 출몰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리조트와 도심까지 범위가 확장됐다. 북부 지역 일부에서는 휴교령이 내려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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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7일 나가노현의 한 스키장에서는 스노보드를 타던 남성 뒤로 곰이 갑자기 나타나는 장면이 촬영됐다. 곰은 남성을 향해 달려들다 빠르게 지나가는 보드를 뒤쫓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지난달 25일에는 홋카이도 삿포로 북쪽에서 몸무게 380kg, 몸길이 1.9m에 달하는 대형 곰이 덫에 걸린 채 발견됐다.

주민들의 일상도 달라졌다. 모리오카 시내의 한 소프트웨어 회사 대표는 직원 야근을 중단하고 해가 떠 있는 시간대 조기 귀가를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규모 연말 모임도 모두 취소했다는 설명이다. 곰 출몰이 주로 밤과 새벽, 인적이 드문 시간대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해 질 무렵 모리오카 시내 공원에는 산책을 나온 주민이 눈에 띄게 줄었다. 최근 나흘 연속 곰이 출몰한 이곳에서 만난 한 보호자는 휴대전화의 곰 출몰 경보 지도 앱을 보여주며 불안을 호소했다. 주변을 검색하자 지도 화면은 곧바로 ‘곰’ 표시로 가득 찼다.

이와테교육회관은 사건 이후 자동문을 수동으로 전환했다. 이용자들은 거대한 유리문 사이에 손을 넣어 직접 열고 닫아야 한다. 이 조치는 아오모리현과 아키타현 등 곰 출몰이 잦은 북부 지역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동문을 유지하는 곳은 출입이 잦은 일부 편의점 정도다.

지자체들은 예방 차원의 환경 정비에도 나섰다. 곰이 몸을 숨기기 쉬운 수풀과 나무를 벌채하고, 산에서 강을 따라 도심으로 내려오는 경로에 진입 통제 표지판을 설치했다. 모리오카 시내 시즈쿠이시강 산책로 입구마다 ‘곰 주의’ 안내가 붙어 있다.

또 다른 고민은 감나무다. 곰의 주식인 도토리 흉년이 이어지면서, 감을 먹기 위해 민가로 내려오는 사례가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송 보도에 따르면 올해 민가 출몰 곰의 상당수가 감을 먹으려 접근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이와테현과 아오모리현 곳곳에서는 수확되지 않은 감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곰 퇴치 용품 수요도 급증했다. 대형 마트에는 전용 코너가 마련됐고, 곰 스프레이는 품절이 잦다. 한 마트 직원은 재입고까지 1주일가량 걸린다고 설명했다.

곰의 도심 진입이 일상이 되면서, 일본 북부 지역 사회는 생활 방식 전반을 바꾸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식 환경 변화와 먹이 부족이 겹친 구조적 문제라며, 단기 대응과 함께 중장기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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