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배의 문학평론서 ‘분단시대 한국문학’이 최근 출간됐다. 분단 80년, 한국전쟁 75년을 맞는 시점에서 한국 현대문학이 분단 현실을 어떻게 형상화해 왔는지를 본격적으로 분석한 평론집이다.
이 책은 소설가 박경리, 이병주, 박완서, 황석영, 한강과 극작가 차범석, 이반의 작품을 중심으로 분단 문학이 지닌 리얼리즘과 휴머니즘의 흐름을 짚는다. 분단과 전쟁, 이념 갈등 속에서 인간과 생명이 어떻게 문학적으로 사유돼 왔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는 1897년 한가위부터 1945년 해방까지 48년의 시간을 배경으로 약 600명의 인물을 통해 삶과 생명의 의미를 묻는 서사로 분석된다. 평론은 이 작품이 던지는 근본적 질문의 답을 생명과 삶의 지속성에서 찾는다.
이병주의 ‘지리산’은 일제강점기에서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좌우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못한 자유주의자 박태영의 비극적 운명을 통해 분단의 회색지대를 그려낸 작품으로 해석된다.
박완서의 문학 세계는 ‘엄마의 말뚝’ 연작을 비롯한 다수의 작품을 통해 한국전쟁이 남긴 야만과 좌절, 고통을 응시한다. 평론은 박완서 소설이 전쟁의 광기 속에서도 인간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당위성과 생명의 절대성을 집요하게 드러낸다고 평가한다.
황석영의 ‘한씨연대기’는 남과 북 모두에서 배척당한 의사 한영덕의 삶을 통해, 개인의 비극을 넘어 분단과 전쟁을 겪은 민족 전체의 초상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분석된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는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는 시적 산문으로 주목된다. 평론은 작품 속에서 반복되는 색채 상징에 주목하며, 붉은색을 삶, 흰색을 죽음으로 대비시켜 제주 4·3과 광주 5·18의 기억을 불러내는 힘이 결국 사랑임을 증언한다고 해석한다.
차범석의 연극 ‘산불’은 좌우 대립과 흑백논리를 넘어선 사실주의 연극으로, 역사적 현실 속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 한국 연극사의 정점으로 평가된다. 이반의 ‘그날 그날에’는 실향민 극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이북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동해안 어촌 가족들의 망향을 통해 분단 현실의 리얼리티를 극적으로 구현한 작품으로 분석된다.
‘분단시대 한국문학’은 문학을 통해 분단의 상처와 이념 갈등을 성찰하며, 여전히 지속되는 좌우 갈등과 대립이 만들어낸 간극을 조금이나마 좁히는 계기가 되기를 지향한다. 안준배 지음, 박영사 간, 4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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