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다시 동결했다. 7월부터 네 차례 연속 동결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환율은 1500원선 근처까지 오르며 수입 물가 부담을 키웠고, 휘발유 가격은 4주 연속 상승했다. 외식비 등 생활물가도 들썩이며 물가 불안이 재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이런 상황에서 금리 결정에 정치적 변수나 선거 일정을 개입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을 드러냈다.
다만 향후 금리 인하 여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금리 결정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인공지능 관련 자산시장 거품 우려 속에서 금리 인하 기조로 이동할 경우, 한국도 환율 압력 완화에 따라 내년 초 금리 인하 여력이 생기게 된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0%, 내년 성장률을 1.8%로 각각 상향했다. 반도체 사이클 호황이 성장률을 끌어올렸지만, 가계 소득과 내수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3분기 가계 소득은 소비쿠폰 지급 효과로 증가했으나 실질 소비지출은 세 분기 연속 감소했다. 가계 이자 부담은 같은 기간 14.3% 늘어나 소비를 제약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다.
주택시장은 특히 불안하다.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잠시 주춤하던 서울 아파트값은 한 달여 만에 반등했다. 정부는 수도권 2만9000가구 공공분양 계획을 내놨지만, 서울 공급은 고덕 강일지구 1305가구에 그쳐 집값 안정 대책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접근성과 수요가 집중된 서울 도심권에서의 추가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중동·아프리카 순방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의 당면 과제 역시 환율 불안과 집값 상승으로 압축된다. 성장률 전망이 다소 올랐다고 해도 대다수 가계가 체감할 만큼의 실질 경제 개선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금리·부동산·물가 등 민생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정치권의 역할이 더욱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민생 부담이 커지는 현실에서, 정치권이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 살아갈 경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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