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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암벽의 성지, 인수봉의 매력과 과제

서울 북쪽 하늘 아래 우뚝 솟은 인수봉(해발 약 810m)은 단순한 봉우리가 아니다. 한국 등반 문화의 상징이자 수도권 산악인들의 ‘성지’로 자리 잡은 바위산이다. 북한산 능선 중에서도 가장 험준하고 위용 있는 이 봉우리는 국내 암벽등반의 본산으로 불린다.

인수봉이라는 이름에는 조선 시대의 미덕과 염원이 담겨 있다. ‘인(仁)’과 ‘수(壽)’를 합쳐 ‘어질고 오래 살라’는 의미를 담았다는 설이 전해진다. 하단부 둘레가 약 400~500m, 바위 높이가 약 200m에 이르는 인수봉은 슬랩(slab), 크랙(crack), 페이스(face)가 혼재된 복합 암벽으로, 등반 기술의 모든 요소를 경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지형으로 꼽힌다.

등반 루트는 50여 개에 달한다. 제1피치부터 7피치까지 이어지는 대표 루트들은 휴일이면 수백 명의 클라이머들로 붐빈다. 도시에서 지하철과 버스만으로 접근 가능한 위치에 자리한 인수봉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도심형 암벽등반지’로 평가받는다. 도봉구 우이동 도선사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탐방로는 가장 많이 이용되는 접근로다.

그러나 인수봉은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니다. 일반 등산화 차림으로 오르기에는 위험하며, 확보 장비와 등반 기술이 필수다. 초보자는 입문 루트를 선택하거나 전문 가이드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기 구간에서는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사전 계획도 필요하다.

이곳은 단순한 자연 명소가 아니라 한국 등반사의 산 증인이다. 수많은 개척자들이 인수봉의 바위 위에서 새로운 루트를 열며 국내 암벽등반의 기초를 세웠다. 오늘날에도 이 봉우리를 찾는 이들에게 인수봉은 ‘산행’이 아니라 ‘도전’ 그 자체로 남아 있다.

하지만 도심 인접성이라는 장점 뒤에는 환경 훼손이라는 과제도 있다. 등반 인구 증가로 인한 바위 마모, 쓰레기 문제, 고정 장비의 과도한 설치가 지적되고 있다. 또한 루트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길을 잘못 들거나 초심자의 추락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인수봉은 서울의 자연이 품은 강렬한 상징이다. 도시의 소음과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수직의 바위와 마주하는 순간 등반가들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한다. 자연을 존중하고 안전을 지키는 성숙한 등반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인수봉은 앞으로도 서울의 하늘 아래 빛나는 등반의 성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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