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백환 진안군의료원장은 최근 기고에서 한국이 일본과 함께 대표적인 장수 국가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2030년이 되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일본을 앞지를 것이며,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90세를 넘어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불과 60년 전만 해도 평균수명이 53세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경제 성장과 의료 수준 향상이 가져온 극적인 변화다.
하지만 장수 사회의 그림자는 의료비 부담의 급증이다. 조 원장은 한국의 노인 진료비 증가세가 고령화 속도를 앞지른다는 질병청의 자료를 언급하며, 단순히 지역별 진료비 비교나 노인 환자의 의료 이용 패턴을 문제 원인으로 지적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약제비와 MRI 같은 고비용 서비스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항암제를 포함한 고가 약제를 단순히 ‘부담 요인’으로만 보는 시각은 환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제 비교에서도 시사점이 드러난다. 2023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28.8%로 한국(17.5%)보다 훨씬 높다. 그 결과 국민의료비 대비 공공부담 비중은 일본이 83.4%로 한국(62.6%)보다 크다. 반면 가계부담은 한국이 27.8%로 일본(13.3%)의 두 배에 이른다. 조 원장은 이를 두고 “국가 재정 기여도가 낮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한국은 일본보다 전체 의료비 비중이 낮음에도 국민 부담은 더 크다는 모순적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장수는 축복이면서도 비극일 수 있다”는 말로 현실을 정리했다. 장수 사회가 건강 문제, 경제적 불안, 사회적 고립과 맞물리면 오히려 고통을 키운다는 의미다. 그는 일본 이와테현 하치만타이시와 같은 농촌 지역의 노인 의료 현장을 직접 보고, 한국이 일본에서 제도를 배워왔음에도 점점 멀어지고 있는 현실을 우려했다.
그의 글은 단순히 의료비 증가의 책임을 노인 환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재정 기여와 제도적 보완책의 필요성을 환기한다. 초고령사회로 향하는 한국에서 의료복지의 미래는 고령 환자 탓이 아니라 제도 설계와 재정 투입의 문제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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