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공명당 연립 여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전체 248석 중 125석 이상이 필요한 상황에서, 여당은 개선 의석과 비개선 의석을 합산해도 과반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 후보들은 전국 단위 1인 선거구 다수 지역에서 고전했다. 특히 신흥 우파 성향의 참정당과 중도 실용 노선의 국민민주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대거 차지하며, 보수 성향 유권자의 표심 분산을 이끌었다. 이로써 자민당 1당 우위 체제에 균열이 생겼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의원 제도는 해산권이 없는 상·하원 이원제 구조에서 3년마다 절반씩 의원을 교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원과 달리 국회 해산 없이 정권 안정성을 보장하는 한편, 민심 경고 기능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집권 여당에 대한 명백한 경고로 작용했다.
지방 선거구에서도 자민당은 무소속 보수나 신흥 우파 후보에게 패배를 기록했다. 조직 기반과 지역 네트워크가 견고했던 과거와 달리, 이념·조직·지역 전반에서 지지층이 이탈한 모습이다. 반면 참정당은 소셜미디어와 지역 조직을 활용해 전국정당으로 도약했고, 국민민주당은 연정 구성을 전제로 정책 실현에 방점을 찍으며 다당제 지형을 굳혔다.
이번 결과는 일본 정치가 기존의 양대 진영 대결 구도에서 협치 능력과 정책 통합력을 중시하는 다층 정당 구조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이시바 총리는 연정 재편과 리더십 교체 압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1993년 하토야마 내각 이후 두 번째 체제 전환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가 끝난 지금, 일본 정치의 화두는 정권 교체 여부를 넘어 ‘다수결 설계’에서 ‘정책 협치와 사회 통합 설계’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자민당이 당면한 위기는 단순한 선거 전략 실패를 넘어 시대적 통치 기술의 낙후성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인 셈이다. 한편으로 이번 선거는 일본 정치가 가장 위험하면서도 가장 유연한 재구성의 기회를 맞은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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