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쉽게 속는다. 살아온 세월만큼 경험이 쌓이면 “나는 이제 좀 안다”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확신이 굳어져 남을 가르치고 지적하는 습성으로 이어진다. 자녀나 후배, 세상을 향해 “그건 틀렸다”, “내가 맞다”라고 주장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흔히 말하는 ‘꼰대’가 되어 있다.
그러나 불교 선종(禪宗)의 대표적인 공안집인 『벽암록(碧巖錄)』의 가르침은 다르다. 이 책의 제1칙은 달마(達摩) 대사의 ‘불식(不識·알지 못한다)’이고, 제2칙은 조주(趙州) 화상의 ‘부지(不知·모른다)’이다. 여기서 말하는 ‘모른다’는 단순히 무지(無知)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알고 있다는 생각, 즉 자신의 앎조차 놓아버리는 깨달음이다.
『벽암록』의 가르침은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진정한 지혜의 길이 열린다는 것을 강조한다. 선(禪)의 핵심 용어인 방하착(放下着)은 모든 집착과 분별, 그리고 앎까지도 버리라는 뜻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조차 내려놓을 때 비로소 참된 지혜가 자라난다.
『도덕경』의 노자 역시 비슷한 가르침을 전한다. “아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여기는 것이 최상이며,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하는 것이 병이다(知不知上 不知知病).” 더 많이 말하고 가르치려는 사람이 아니라, 조용히 침묵하며 물러설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존재인지 모른다.
자신의 경험과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는 순간 ‘꼰대’의 길로 접어든다. 이제 우리는 말하고 가르치는 대신 침묵하며 내려놓는 지혜를 배워야 할 때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