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시계 12만개를 국산으로 속여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일가의 비위가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회장 직을 맡은 김 회장을 두고 행사 이미지 훼손 우려와 사퇴 요구가 잇따르면서 주최 측인 재외동포청은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는 지난 2일, 제이에스티나(구 로만손)의 김기문 회장과 딸 김유미 대표를 각각 약식 및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산 시계 약 12만개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유통한 혐의(대외무역법 위반)와 조달청에 위조 서류를 제출한 혐의(판로지원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시계에 부착된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을 아세톤으로 지운 뒤 재조립해 국산으로 둔갑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 회장 일가는 제이에스티나 법인의 최대주주로, 김기문 회장과 가족이 지분 33.34%를 보유 중이다.
이번 사건은 오는 17일부터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제23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에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다. 이 대회는 재외동포청과 미주한상총연이 공동주최하고, 전 세계 한인기업인 1만5000여 명이 참여하는 최대 규모의 비즈니스 행사다.
김기문 회장은 이번 대회의 대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한상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정직과 신뢰로 사업을 일궈온 한상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라며 김 회장의 개회사 중단 및 대회장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행사 관계자는 “김 회장은 대회 얼굴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번 사건으로 한껏 김이 빠졌다”며 “대회를 앞두고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재외동포청은 “행사 자체는 예정대로 진행되며,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밝혔지만, 곤혹스러운 입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약 6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며, 이 중 10억 원은 재외동포청이 부담한다.
논란은 김 회장의 대회장 위촉 때부터 있었다. 역대 22번의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내국인이 대회장을 맡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외동포청은 “미주한상총연의 요청에 따라 위촉이 진행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제이에스티나는 조달청에 국산 직생 시계 7500여 개를 납품한 것으로 허위 신고했으며, 이 과정에서 조달청 등록 요건인 직접생산확인서를 위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중소기업이 공공기관에 납품하려면 생산 설비와 인력 등을 확인받는 실태조사가 필수다. 해당 업무는 원래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협동조합이 담당했지만, 비위 문제로 인해 현재는 중소기업유통센터로 이관됐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윤리 문제를 넘어, 한상 대회의 공신력과 재외동포정책의 신뢰도를 시험하는 사안으로 번지고 있다. 행사 주최기관과 재외동포사회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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