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건강보험료 부담이 중장년층의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소득이 급감해도 부동산 등 재산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매겨지는 현행 체계 때문에 은퇴자들이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거나 과도한 보험료를 감당해야 하는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의원실이 공개한 ‘지역가입자 재산보험료 부과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2월 기준 55∼64세 직장가입자 약 358만명을 1년간 추적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퇴직과 재취업 등으로 건강보험 자격 변화를 경험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55∼59세의 25.28%, 60∼64세의 32.18%가 자격 변동을 겪었다. 이 시기 국민 10명 중 3명 이상이 고용 상태 변화와 함께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도 바뀌는 셈이다.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비율도 적지 않았다. 55∼59세는 7.71%, 60∼64세는 9.62%가 지역가입자로 이동했다.
문제는 퇴직 이후 보험료 산정 방식이다. 직장가입자는 회사와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뿐 아니라 주택 등 재산까지 보험료 산정 기준에 포함된다. 소득이 사실상 사라진 은퇴자에게도 재산 기준 보험료가 부과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임의계속가입 제도’가 재산 보험료 회피 수단으로 활용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제도는 퇴직 후 지역보험료가 직장 시절 보험료보다 높을 경우 최대 3년간 직장가입자 수준의 보험료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분석 결과 60∼64세 퇴직자 가운데 약 1.1%가 임의계속가입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 제도를 선택한 사람들의 평균 재산과표는 약 3억4000만∼3억70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일반 지역가입자 전환자의 평균 재산과표 약 1억2000만원의 약 3배에 달한다. 소득 역시 임의계속가입자가 지역 전환자보다 약 1.5배 높았다.
재산이 많은 은퇴자일수록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경우 부과될 재산 보험료가 더 높아지기 때문에 직장 시절 기준 보험료를 유지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의 은퇴 후 월소득은 129만∼203만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매달 약 12만7000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
반면 임의계속가입 대상이 아니거나 이를 선택하지 못한 지역가입자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이들의 평균 월소득은 89만∼125만원 수준이지만 평균 1억2000만원 정도의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매달 약 10만원의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 이는 소득 대비 8∼11% 수준이다.
소득이 적은 사람일수록 재산 기준 보험료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지는 역진 구조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연구는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가 은퇴 이후 소득 감소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재산 중심 부과 방식에서 소득 중심 체계로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은퇴 후 안정적인 소득 기반이 없는 고령층에게 재산 기준 보험료가 지속될 경우 노후 빈곤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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