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세운4구역) 원안 설계를 맡았던 네덜란드 건축사사무소 케이캅이 현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공식 서한을 보냈다. 서울시가 기존 합의와 사전 승인된 설계를 뒤집고 고층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다.
케이캅은 2026년 2월6일 보도자료를 통해 종묘를 둘러싼 개발 상황에 관한 서한을 유네스코에 송부했다고 밝혔다. 케이캅은 서한에서 종묘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미 승인된 높이 71.9m 미만의 설계안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업이 기존 합의와 사전 승인 사항을 어기고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운4구역은 2017년 국제설계현상공모를 통해 케이캅의 안이 당선되며 계획설계의 기준이 마련됐다. 그러나 서울시는 2023년 용적률을 기존 660%에서 1028%로 대폭 상향하고, 최고 높이 약 145m의 고층 건물 건립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시행사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기존 계획설계권자였던 케이캅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별도의 공모 절차 없이 국내 건축사무소 희림과 수의계약을 체결해 계획설계권까지 부여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케이캅은 앞서 2026년 1월26일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기존 논의를 통해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한 최적의 설계안을 마련했음에도, 새로운 계획안이 이러한 협의를 무시하고 근본적으로 다른 설계 방식을 채택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케이캅은 2017년 공모 당선 이후 계획설계와 사후 설계관리 업무를 2024년 2월까지 수행했고, 후속 개발 단계 참여 의사도 밝혔으나 사업 과정에서 배제됐고 별도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역시 유네스코에 함께 전달됐다.
한편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2025년 3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종묘 인근 재정비사업에 대해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를 공식 요청했다. 특히 2025년 11월에는 평가 결과와 조치 사항을 한 달 이내에 회신해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가 회신하지 않자, 국가유산청은 2026년 1월 말까지 답변이 없을 경우 유네스코와 공유하고 현장 실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2026년 1월28일 회신에서 세운4구역 고층 건물이 종묘 경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에 대해 단편적 판단이나 일방적 요구가 아닌 객관적 검증과 이해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유산영향평가의 범위와 방식, 수용 여부 역시 정부와 지자체, 전문가, 주민이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케이캅은 이번 서한을 통해 논란이 조속히 정리되고 종묘의 위엄과 진정성이 온전히 보존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세운4구역 개발을 둘러싼 설계 변경과 절차 적정성 논란이 국제기구로까지 번지면서, 서울시의 대응과 향후 조정 과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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