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본사를 둔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자산가 A씨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했다. 회사는 매출 대부분이 A씨의 영업력과 인맥에 의존하고 있었고, 금융권 대출 역시 대표 개인 신용에 크게 기대고 있던 구조였다. 대표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주요 거래처는 계약 연기를 요구했고, 금융권은 대출 회수 가능성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회사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였다.
그러나 A씨가 생전에 가입해 둔 경영인 정기보험이 회사를 살렸다. 대표를 피보험자로, 법인을 계약자이자 수익자로 설정한 이 보험을 통해 회사는 수십억 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이 자금으로 단기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일부 차입금을 상환해 금융권 신뢰를 유지했다. 동시에 외부에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고, 지분 정리와 조직 개편을 진행할 수 있는 시간도 벌었다. 대표 공백이라는 치명적 상황에서도 보험금이 완충 역할을 하며 회사는 파산을 피하고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경영인 정기보험은 회사가 대표이사나 핵심 임원을 피보험자로, 법인을 계약자이자 수익자로 설정하는 보장성 생명보험이다. 정해진 기간 안에 피보험자가 사망할 경우에만 보험금이 지급되는 정기보험 구조로, 종신보험에 비해 보험료 부담이 낮다. 기업은 10년, 20년 등 필요한 기간만 설정해 보장을 설계할 수 있다. 보험금은 경영진 유고 시 긴급 운영자금, 차입금 상환, 거래처 이탈 방지, 후임 경영자 영입 비용 등에 활용된다.
일부 기업은 대표이사 퇴직 시점에 맞춰 보험을 해지하고 해약환급금을 퇴직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다만 이 과정에는 세무 리스크가 따른다. 보험료의 손금 산입 여부,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에 대한 과세 문제는 세법 해석과 과세 당국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세무조사에서 보험료 손금 처리가 부인되거나 환급금 과세가 문제 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2026년 현재 기업들이 경영인 정기보험을 다시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금리, 환율, 경기보다 더 큰 리스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 개인 역량에 의존도가 높은 중소·중견기업일수록 대표 공백은 곧 매출 급감과 신용도 하락, 거래처 이탈로 직결된다.

굿리치 소속 보험전문 컨설턴트 임영석 RP는 “경영인 정기보험을 절세 상품이나 퇴직금 수단으로만 접근하면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며 “기업 리스크 관리 장치라는 본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설계 단계부터 보장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무 처리와 관련해서는 국세청 유권해석과 세무 전문가 자문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씨 사례처럼, 경영인 정기보험은 위기 상황에서 기업을 살릴 수도, 없으면 함께 무너질 수도 있는 갈림길이 된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2026년, CEO 보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기업 생존을 위한 기본 장치로 자리 잡고 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