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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수 교양지 샘터, 56년 만에 무기한 휴간… “단행본으로 힘 키워 돌아올 것”

1970년 창간해 국내 최장수 월간 교양지로 자리해 온 샘터가 2026년 1월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다. 56년간 이어진 발행 기록에 잠시 쉼표를 찍는 결정이다.

샘터를 운영하는 샘터사의 김성구 대표는 휴간 배경으로 지속적인 경영 부담을 들었다. 김 대표는 월간지를 유지하려면 최소 5만 부 이상 발행돼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지만, 최근 발행 부수는 약 2만 부 수준에 머물러 왔다고 밝혔다.

휴간을 알린 뒤 독자들의 연락이 쇄도했지만, 외부 후원에 의존해 잡지를 유지하는 방식은 반복하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신 단행본 출판을 통해 체력을 키운 뒤, 다시 월간지로 돌아오겠다는 계획이다.

샘터는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기록해 온 교양지로 평가받아 왔다. 김 대표는 이를 전문 작가의 글, 일반 독자의 글, 취재를 통해 기록한 글을 각각 30%씩 담는 ‘3대3대3 원칙’으로 설명했다. 맞춤법은 서툴러도 삶의 밀도가 담긴 원고를 소중히 여겨 온 편집 철학이다.

샘터는 문단의 산실로도 불렸다. 피천득, 최인호, 법정 스님, 장영희, 정채봉 등 당대 대표 문인들이 지면을 거쳐 갔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한강 역시 1990년대 중반 샘터 기자로 활동했다. 김 대표는 당시 한강의 세밀한 관찰력이 훗날 작품 세계의 밑거름이 됐다고 회고했다.

이번 휴간호에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이해인 수녀, 정호승 시인의 글이 실렸다. 김형석 교수는 1970년 창간호와 휴간호 모두에 글을 남기며 샘터의 시작과 끝을 함께했다. 정호승 시인의 원고는 창간호 주제와 맞닿은 내용으로 배치됐다.

월간지는 멈추지만 샘터사의 출판 활동은 계속된다. 기존 잡지 편집진은 단행본 편집으로 전환됐고, 샘터동화상과 생활수기상 등 독자 참여 프로그램도 유지된다. 새로운 필자 발굴 역시 중단하지 않는다.

김 대표는 샘터의 의미를 ‘물이 솟는 샘이자 사람들이 모여 쉬는 터’라고 설명했다. 문제와 소음이 넘치는 시대일수록 맑고 신뢰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단행본을 통해 그런 이야기를 축적한 뒤, 다시 월간지로 돌아오겠다는 구상이다.

56년을 이어온 교양지의 휴간은 한국 출판계에서도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샘터는 완전한 종료가 아닌 재정비를 선택했다. 쉼표 뒤에 어떤 문장이 이어질지, 독자들의 시선이 다시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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