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이 5년 넘게 철제 울타리에 둘러싸인 채 보호조치가 유지되고 있다. 2020년 6월 종로구청이 소녀상 훼손 가능성을 이유로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한 뒤 설치된 울타리는 지금까지 한 차례도 거두어지지 않았다. 소녀상을 겨냥한 보수단체 집회가 계속되면서 현장은 사실상 상시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
경찰에 따르면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거나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단체들의 집회는 최근까지 연간 160여건씩 열리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서는 2022년 9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엄마부대, 국민계몽운동본부 등 3개 단체가 일본대사관 인근에 신고한 집회가 총 453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정의기억연대의 수요시위는 169건으로, 극우단체 집회 건수가 2.7배에 달한다.
문제의 심각성에도 국회 논의는 멈춰 있다. 소녀상 훼손이나 모욕 행위를 처벌하도록 하는 위안부피해자법 개정안 9건은 수개월째 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10일 세계인권선언 77주년을 맞아 열린 집회에서도 극우단체 참가자들은 소녀상 바로 옆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위안부법 폐지”, “반일은 정신병” 등을 외치며 소란을 이어갔다. 이날 수요시위는 소녀상에서 떨어진 위치에서 진행됐다. 7월 이후 위안부 부정 단체들이 먼저 집회 신고를 선점해 소녀상 인접 공간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우리는 여러 활동을 병행해야 해 이들처럼 상시적으로 경찰서를 지키며 집회 신고 경쟁을 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극우 성향 일본인까지 초청하는 등 의도적 도발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4월 종로경찰서에 수요시위가 방해받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그러나 현장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울타리에 가려진 소녀상은 지금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상시화된 공격적 집회 속에서 보호조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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