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자들이 빠르게 국외로 이탈하고 있다. 영국 투자이민 컨설팅업체 헨리앤파트너스(Henley & Partners)가 발표한 ‘2025 글로벌 부자 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백만장자 순유출 인원은 2400명으로 추산됐다. 3년 전(400명)보다 6배 급증한 수치다. 순유출 규모로는 영국(1만6500명), 중국(7800명), 인도(3500명)에 이어 세계 4위다. 이로 인한 자금 유출액은 약 152억달러(약 2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헨리앤파트너스는 금융자산 100만달러(약 14억원) 이상 보유자가 새로운 국가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할 경우 ‘국제이주’로 산정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부유층의 해외 이주는 단순한 ‘탈세 목적’을 넘어 세제, 거주 환경, 사업 환경 등 종합적 요인에서 비롯됐다.
KB경영연구소의 ‘한국 부자 보고서’(2024)에 따르면 10억원 이상 자산가 4000명 중 26.8%가 “해외 투자이민을 고려한 적 있다”고 답했다. 주요 이유로는 낮은 세율(58.3%), 안정적 사업환경(41.5%), 쾌적한 생활환경(38.2%)이 꼽혔다. 특히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고 60%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으며, 조사대상 38개국 중 14개국은 상속세 제도가 아예 없다.
세계적인 부자 이동 흐름도 주목된다. 헨리앤파트너스에 따르면 올해 백만장자 순유입국 1위는 아랍에미리트(UAE)로, 9800명이 새로 이주할 것으로 전망됐다. UAE는 소득세·자본이득세·상속세가 모두 없는 ‘세금 천국’으로, 장기거주 비자인 ‘골든 비자’ 제도와 고급 주거 인프라로 자산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반대로 영국은 올해 약 1만6500명의 부자가 빠져나가며 순유출국 1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비영국거주자(non-domiciled) 제도’ 폐지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 제도는 해외 소득에 대해 영국 내 반입이 없을 경우 과세하지 않았지만, 올해 4월 폐지되면서 탈(脫)영국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고려대 강성진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보다 젊은 자산가들은 거주지를 유연하게 선택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상속·증여세율이 유지될 경우 부유층의 해외 이주는 계속 늘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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