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치러진 건군 77주년 국군의 날은 군과 색깔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군인이라는 집단은 특정 색으로 상징되곤 했고, 그것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며 보편적인 색 이름이 되기도 했다.
‘국군(國軍)’은 단순한 약어가 아니다. ‘국가방위군’ 같은 줄임말이 아니라 애초에 나라를 지키는 군대를 뜻하는 한 단어다. 흥미로운 것은 ‘국방색(國防色)’이라는 표현이다. 오늘날 카키색이나 올리브그린을 가리킬 때 흔히 쓰지만, 원래 뿌리는 일본 제국 육군 군복에 있다. 메이지 말기부터 쇼와 시대까지 일본군의 표준 군복은 짙은 황토빛 계열이었고 이를 ‘국방색(こくぼうしょく)’이라 불렀다. 이름 자체가 군사적 애국주의를 반영하며, 군복의 색상이 곧 국가 수호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광복 후 한국군은 이 표현을 이어 받아 군복색을 국방색이라 불렀고,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카키색이나 올리브그린을 그냥 국방색이라 칭한다. 실제 색감은 황토빛에 가까운 연녹색이지만, 명칭은 일본군의 군복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서구에도 있다. ‘네이비(navy)’라는 단어는 본래 배를 뜻하는 라틴어 nāvis에서 출발해 해군을 의미하게 됐고, 영국 해군이 입은 진청색 제복에서 유래해 오늘날 ‘네이비 블루’라는 색 이름으로 정착했다. 군대라는 제도가 특정한 색상을 제복에 부여했고, 시간이 흐르며 그 색상이 군을 넘어 일상어휘로 확산된 것이다.
국방색과 네이비 블루의 사례는 색채가 단순한 시각적 분류를 넘어 정치·사회적 맥락과 맞물려 의미를 확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는 색깔 이름에 담긴 역사적 층위를 이해하는 흥미로운 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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