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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음흉한 선전도구가 된 노래, 백년설의 ‘대지의 항구’

1930~40년대는 조선인의 정체성을 말살하려는 일제의 강압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조선어 사용 금지령, 창씨개명, 황국신민화 정책이 강행되고 대중가요도 검열을 피할 수 없었다. 당시 외국 노래는 부를 수 없었고, 일본군가나 ‘국민가요’처럼 전쟁을 독려하는 곡만 허용됐다. 게다가 노래의 일부는 반드시 일본어로 불러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1937년 남해림 작사, 이재호 작곡, 백년설(1915~1992)의 목소리로 세상에 나온 곡이 ‘대지의 항구’다. 표면적으로는 일자리를 찾아 만주로 떠나는 조선인의 애환을 담은 듯 보였지만, 실상은 만주 이민을 장려하며 일본의 대륙 침략을 은폐·정당화하는 친일 영화의 삽입곡이었다. 가사에 등장하는 ‘꿈에 어리는 항구’와 ‘유자꽃 피는 항구’는 만주로 향하던 다롄항을 은유한 것이다.

당시 만주로 이주한 조선인들은 고향을 그리며 이 노래를 자주 불렀다. 그들에게 가사 속 일본의 정치적 의도가 중요하기보다는, 이별과 방랑의 감성이 더 크게 다가왔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지의 항구’는 일제 전시 체제 속에서 만들어진 시대적 산물이었다.

백년설은 ‘나그네 설움’, ‘번지 없는 주막’ 등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린 가수였으나, 일제강점기 친일 색채가 짙은 곡을 부른 경력 때문에 해방 이후 비판을 받았다. 이후 1950년대에는 심연옥의 남편으로도 알려졌으며, 한국 대중가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논쟁적 인물로 남아 있다.

가사

버들잎 외로운 이정표 밑에 말을 매는 나그네야 해가 졌느냐 쉬지말고 쉬지를말고 달빛에 길을물어 꿈에 어리는 꿈에 어리는 항구 찾아 가거라 흐르는 주마등 동서라 남북 피리부는 나그네야 봄이 왔느냐 쉬지말고 쉬지를말고 꽃잡고 길을물어 물에 비치는 물에 비치는 항구 찾아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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