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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고독 탈출법…10개월 투자로 절친 만든다

서울=최고야 기자 = 친구 사귀기에 필요한 시간이 300시간이면 깊은 우정을 쌓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로빈 던바 명예교수가 제시한 ‘던바의 수’에 따르면 한 사람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대인 관계는 최대 150명 안팎이다. 이 가운데 가장 가까이 의지하는 친구는 5명, 자주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는 ‘친한 친구’는 15명, 가끔 안부를 묻는 ‘좋은 친구’는 50명, 알고 지내는 ‘그냥 친구’는 150명이다.

나이가 들수록 관계망이 좁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로라 카스텐슨 교수는 사회정서적 선택이론으로 설명했다. 젊을 땐 미래를 위한 투자의 일환으로 새로운 인맥을 넓히지만, 중년기부터는 남은 시간을 현재의 정서적 만족에 쓰려고 기존 관계를 깊게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2023년 국내 성인 1000명 대상 조사에서는 ‘가장 친한 친구가 3명 미만’이라고 답한 비율이 33.1%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고독이 건강과 수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은 외로움이 하루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해롭다고 지적했으며, 하버드대 장기 추적연구에서는 좋은 인간관계가 장수의 핵심 요소로 꼽혔다.

새로운 우정은 단기간에도 형성된다. 미 캔자스대 연구팀이 이사 후 알게 된 사람들과의 개인적 소통 시간을 조사한 결과 ‘좋은 친구’로 발전하려면 약 140시간, ‘절친’이 되려면 약 300시간이 필요했다. 매일 1시간씩 연락을 주고받으면 10개월 뒤에는 서로를 중요한 존재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친구 수가 적은 사람이 새로운 우정 형성에 오히려 유리하다는 결과도 있다. 마카오대 연구팀이 진행한 ‘친구 수의 역설’ 실험에서는 친구가 200명인 사람보다 50명인 사람을 새로운 친구 후보로 더 선호했다. 기존 관계에 드는 물질적·정서적·시간적 자원이 충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오랜만에 뜸했던 지인에게 ‘깜짝 연락’을 망설일 때도 용기를 내는 편이 좋다. 미 피츠버그대 연구팀의 실험에서 친밀도가 낮은 관계라도 안부 메일이나 소소한 선물이 예상보다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명절이나 생일 같은 예측 가능한 날보다 뜻밖의 순간에 연락했을 때 반가움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중년에 접어들어 좁아진 관계망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 얼굴이 떠오르는 이에게 “잘 지내? 오랜만에 생각나서 연락했어”라는 간단한 메시지를 보내 보자. 작은 관심 표시가 깊은 우정으로 이어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던바의 수란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명예교수 로빈 던바가 1992년 제안한 ‘던바의 수(Dunbar’s Number)’는 한 사람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망의 최대 규모를 뜻한다. 던바는 비교 실험을 통해 영장류 대뇌 신피질 크기와 집단 규모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뒤, 인간의 대뇌 신피질 크기를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 한 사람당 평균 150명 수준의 인맥을 관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던바에 따르면 이 150명에는 친밀도에 따라 네 단계가 존재한다. 가장 깊은 유대를 나누는 최측근 ‘5명’,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는 ‘15명’, 가끔 안부를 묻는 ‘50명’, 그리고 격식 없이 알고 지내는 ‘150명’이다. 이 구분은 친구 사이의 물질적·정서적·시간적 투입량을 고려해 설정됐다.

사회정서적 선택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인생 전반부에 더 넓은 관계망을 확장하려 하지만 중년 이후에는 남은 시간을 정서적 만족을 높이는 기존 관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실제로 중년층의 친구 수가 20·30대보다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된다.

던바의 수는 기업 조직 설계, 온라인 커뮤니티 관리, 마케팅 타깃 설정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예컨대 내부 팀 규모를 5명 또는 15명 수준으로 유지하면 의사소통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제언이 대표적이다.

한편 던바의 수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사람마다 관계망을 꾸리는 방식이 다르고, 디지털 매체를 통한 소통이 증가한 현대 사회에서 순수한 ‘관리 가능한 관계의 수’를 획일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던바의 수를 절대적 기준이 아닌 ‘참고 지표’로 활용할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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