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배치돼 있던 주한미군의 핵심 방공자산이 중동 지역으로 대거 이동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한국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의 새로운 국방 전략이 본토 방어에 집중하고 동맹국에 대한 방위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향후 주한미군의 전력 축소 또는 철수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국 NBC 등 주요 외신은 최근 미 국방부가 패트리엇 PAC-3 미사일 2개 시스템과 사드(THAAD) 1개 시스템을 아시아에서 중동으로 반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자산은 3월 말부터 오산공군기지에서 출발한 C-17A 수송기 20여 대에 의해 바레인 이사(Isa) 기지로 운송됐다. 한국 정부도 4월 4일 이를 공식 확인했다.
PAC-3와 사드는 한반도에서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핵심 자산이다. PAC-3는 최대 55㎞ 사거리의 고도 25㎞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사드는 200㎞ 사거리와 150㎞ 고도의 상층 방어를 담당한다. 이러한 자산이 대량 반출된 것은 사상 초유의 사태로, 북한의 대규모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방공망에 큰 구멍이 생긴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역할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미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가 내부 지침에서 “미군의 최우선 과제는 본토 방어”라고 못 박은 사실이 알려지며, 주한미군의 임무가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주한미군의 공군 전력도 축소되고 있다. 주일미군에는 F-35A와 F-15EX가 증강 배치되는 반면, 주한미군의 A-10C는 철수 및 퇴역 수순에 들어갔다. 군산의 F-16 일부가 오산으로 이동해 그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이지만, 전체 전술기 규모는 기존보다 4분의 1 가량 줄어든 70여 대로 축소됐다.
지상군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에 순환 배치 중인 스트라이커 여단은 기존 기갑여단보다 화력이 떨어지는 신속 대응 전력이다. 게다가 미국은 현재 미 육군 병력 45만 명 중 최대 9만 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계획이 현실화되면 주한미군의 지상군 역시 철수 1순위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
이번 주한미군 방공자산 반출은 한미동맹의 균열 가능성을 드러내는 단서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국가안보 전략은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동맹국의 자주방위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 유럽 국가들과 일본은 방위비를 GDP 대비 2~6%까지 증액하며 군비를 증강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실질적인 국방비 삭감 상태에 머물러 있다.
지금 한반도에는 북핵 위협, 대만 해협 위기, 남중국해 갈등 등 복합적 안보 위기가 겹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의 핵심 자산이 빠져나가고,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 상황은 120년 전 을사조약 체결 당시의 외교적 무능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주권과 안보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안보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 위정자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독자적 방위체계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오늘의 을사년은 과거보다 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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