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이어졌던 범현대가와 삼성가의 우호 관계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범현대 계열사 KCC가 삼성물산 지분 정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C는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해외에서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빠르면 상반기 내 발행이 유력한 가운데, 글로벌 IB 간 주관사 경쟁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CC는 2012년 비상장사였던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매입하며 삼성과의 협력관계를 맺었고, 이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는 ‘백기사’ 역할을 수행해 삼성 경영권 방어에 힘을 보탰다. 현재는 삼성물산의 2대 주주이며, 자기주식 소각 이후 지분율은 10%를 넘어선 상황이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건설 경기 부진 속에서 KCC도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그룹 내부에선 EB 발행 방침을 확정했으며, 이르면 상반기 발행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곳의 IB가 주관사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물산 주가가 3월 31일 종가 기준 11만6600원인 점을 감안할 때, KCC가 EB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유동성은 약 2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KCC의 삼성물산 지분 매입은 2012년 삼성카드가 금융산업구조개선법에 따라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해야 했던 시점에 이뤄졌다. 이후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바꾸고 상장됐으며, KCC는 제일모직 주식을 확보한 뒤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거쳐 지금의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총 투자금액은 약 1조4482억원으로, 평균 매입단가는 약 8만5000원이다.
IB업계는 이번 움직임이 갖는 상징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상법 개정과 행동주의 펀드들의 압박 속에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것”이라면서도 “KCC 입장에선 유동성을 신사업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교환사채 특성상 주가가 교환가를 밑돌 경우, 투자자들은 주식 교환 대신 이자 수취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KCC는 여전히 삼성물산의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이번 EB 발행 추진은 KCC 자회사 모멘티브의 기업공개(IPO) 무산에 따른 자금 확보 수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KCC 측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KCC가 해외에서 EB를 발행하려는 것은 국내 공모 절차의 번거로움을 피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수조원대 자금 조달 시, 국내에서는 공모채 발행을 위해 증권신고서 제출과 수요예측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물산의 국내 신용등급은 AA+이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A-, 무디스는 A2(안정적)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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