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등 4개 업체와 520억원 규모의 설계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계약은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용적률과 최고층수 등이 대폭 상향 조정되며 기존 설계가 사실상 폐기된 상황에서 그대로 체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핵심은 공모 절차 생략 여부다.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은 1억원 이상 공공 건축 설계 발주 시 공모 방식을 우선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SH는 설계 공모를 새로 진행하지 않고 기존 중간·실시설계 담당이던 희림 등과 계약을 변경·증액하는 방식으로 추진했다. 설계비는 기존 353억원에서 52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SH는 2004년 국제현상설계 공모에서 당선된 사업자의 지위를 근거로 계약 변경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당선자인 외국 건축가 코에터·무영건축 컨소시엄은 2016년 이미 계약을 중단한 상태였다. 2017년 새 국제공모에서 네덜란드 업체 케이캅이 당선돼 계획설계를 맡아 사업이 추진됐고, 관리처분인가까지 마무리됐으나 이후 오 시장의 개발 계획 변경으로 기존 설계는 전면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계획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면 국제공모를 새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서울시와 SH의 절차 생략을 비판하고 있다. 감사원 역시 과거 유사 사안에서 “최초 당선 사실을 근거로 한 수의계약 규정은 재설계 단계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희림은 윤석열 정부 기간 잦은 특혜 의혹에 휘말린 기업으로, 코바나컨텐츠 후원사로 알려져 있으며 관급공사 수주액 급증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연루 로비 정황 등이 특검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이번 세운4구역 계약 역시 특정 업체에 유리한 구조였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H는 수의계약 사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은 채 언론 질의에 응답하지 않고 있으며, 서울시는 책임을 SH로 돌리고 있어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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