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큐비트’는 양자역학의 사고 실험인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에서 이름을 딴 개념이다. 기존 큐비트에서 발생하는 2가지 오류 중 하나가 더 많이 일어나도록 편중된 특징을 가진다.
인공지능(AI)과 함께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른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큐비트의 오류 정정 기술이 필수적이다. 오류를 정정하지 않으면 연산 과정에서 오류가 누적돼 계산 결과의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큐비트 정보를 다른 큐비트에 분산시켜 오류를 식별·수정하는 방안을 연구해 왔으나, 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큐비트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연구팀이 적은 수의 큐비트로 오류를 정정하는 ‘고양이 큐비트’ 기법을 구현했다. 이는 양자컴퓨터 상용화의 걸림돌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 연구팀은 특정 유형의 오류 발생 확률을 줄여 큐비트 오류 정정에 필요한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연구 결과를 26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큐비트는 여러 상태가 확률적으로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 중첩 현상을 활용해 연산을 수행한다. 이는 고전 컴퓨터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들을 처리할 수 있어 신약·신소재 탐색, 암호 해독 등의 분야에서 유망하다. 하지만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큐비트 오류를 정정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고전 컴퓨터는 정보를 복제해 검증할 수 있지만, 큐비트는 정보를 확인하는 순간 양자 중첩 상태가 사라져 복제가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오류 정정에 필요한 큐비트 수를 줄이기 위해 큐비트에서 발생하는 2가지 오류 중 하나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효율을 높였다. 큐비트의 오류는 ‘비트 플립(bit flip)’과 ‘위상 플립(phase flip)’으로 구분된다. 비트 플립은 정보가 0에서 1로, 또는 1에서 0으로 바뀌는 현상이며, 고전 컴퓨터에서도 발생한다. 반면, 위상 플립은 양자 중첩 상태에서 위상이 변하면서 발생하는 오류로, 양자컴퓨터에서만 나타난다.
연구팀은 큐비트 오류가 비트 플립보다 위상 플립에 치우쳐 일어나는 고양이 큐비트로 오류 정정 시스템을 설계했다. 이재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기술연구단 선임연구원은 “고양이 큐비트는 일반적인 큐비트보다 더 다양한 값을 중첩 상태로 가질 수 있으며, 그중 안정적인 두 가지 상태를 골라 큐비트로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비트 플립과 위상 플립 오류가 모두 존재하는 경우 오류를 정정하기 위해 큐비트를 격자 형태로 배치해야 하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큐비트는 내부에서 비트 플립 오류를 해결했기 때문에 위상 플립을 억제하기 위해 한 줄로만 연결하면 된다.
또한 연구팀은 고양이 큐비트 5개를 연결한 회로를 시연해, 기존 수십 개의 큐비트가 필요했던 오류 정정을 단 5개의 큐비트로 구현했다. 오류 정정에 필요한 큐비트 수를 대폭 줄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달성한 비트 플립 오류율은 아직 기존 컴퓨터와 비교하기에는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이번 연구는 큐비트 내부에서 오류를 억제하고, 외부 구조를 통해 추가적으로 오류율을 낮추는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한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실제 양자컴퓨터 개발을 위해서는 더 많은 큐비트를 연결해 확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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