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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당신의 무기가 되는 순간> 유방의 역설 : 무능해 보이는 리더가 이기는 이유

월요일 오전 10시, 회의실 공기는 무겁다. ‘에이스’ 김 팀장은 프레젠테이션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 그의 논리는 완벽하고 데이터는 촘촘하다. 그는 팀원들의 미숙한 제안을 실시간으로 교정한다. 팀원들은 입을 닫는다. 질문 대신 침묵을 선택한다. 김 팀장의 탁월함이 팀의 한계가 되는 역설이다. 그의 팀은 언제나 ‘김 팀장 수준’을 넘지 못한다.

옆 회의실은 시끄럽다. 박 팀장은 어딘가 허술하다. 그는 구체적인 지시 대신 방향을 묻는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면 좋을까요?” 그의 질문에 팀원들이 말을 보탠다. 아이디어가 충돌하고 논쟁이 벌어진다. 그는 그저 듣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그러나 분기가 끝나면 성과는 항상 박 팀장의 팀이 앞선다.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모든 것을 아는 리더는 왜 지는가. 아는 것이 없어 보이는 리더는 어떻게 이기는가. 이것이 오늘 우리 조직의 현실이다. 당신이라면 누구를 따르겠는가.

# 리더의 그릇, 팀의 천장

이 상황의 본질은 리더십의 그릇 크기에 대한 문제다. 우리는 리더의 역량을 ‘얼마나 많이 아는가’로 착각한다. 그러나 진짜 역량은 ‘얼마나 많이 담을 수 있는가’에 있다. 이 갈등의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통제의 환상이다. 리더는 자신이 모든 것을 알아야 팀이 올바른 길로 간다고 믿는다. 이는 착각이다. 리더의 지식은 팀의 출발점일 뿐, 종착점이 아니다.

둘째, 공(功)에 대한 독점욕이다. 리더가 모든 것을 해결하면 모든 공은 리더에게 돌아간다. 팀원들은 기여할 공간을 잃고 구경꾼으로 전락한다.

셋째, 역량의 역설이다. 리더의 뛰어난 실무 역량은 오히려 팀원들의 성장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된다. 리더의 손이 닿는 순간, 팀원의 생각은 멈춘다. 결국 리더의 역량이 팀의 천장이 되는 것이다.

# 스스로를 낮춘 천하의 주인

사마천은 『고조본기(高祖本紀)』에서 두 리더를 극명하게 대비했다. 천하의 주인 유방과 희대의 영웅 항우다. 모든 것을 통일한 후, 유방은 낙양 남궁에서 연회를 열었다. 그는 신하들에게 물었다. “내가 천하를 얻고 항우가 천하를 잃은 까닭이 무엇인가?” 신하들은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았다. 유방은 조용히 그들을 제지했다.

“그대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장막 안에서 계책을 세워 천 리 밖 승리를 결정짓는 일은 내가 장량만 못하다.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돌보며 군량을 제때 대는 일은 내가 소하만 못하다. 백만 대군을 이끌고 싸우면 반드시 이기고 공격하면 반드시 뺏는 일은 내가 한신만 못하다. 이 세 사람은 모두 뛰어난 인재다. 나는 이들을 쓸 줄 알았기에 천하를 얻었다. 항우에게는 범증 한 사람이 있었으나 그마저 제대로 쓰지 못했다. 이것이 항우가 나에게 패한 까닭이다.”

유방은 스스로의 무능을 인정했다. 그의 인정은 패배가 아니었다. 모든 것을 담을 그릇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 채우는 리더, 비우는 리더

유방의 선택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었다. 그것은 리더십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이었다. 그는 자신이 모든 면에서 최고가 될 수 없음을 알았다. 항우는 모든 것을 자신이 해내려 했다. 자신의 용맹과 지략을 믿었다. 그의 능력은 그 자체로 완결되어, 타인의 재능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러나 유방은 달랐다. 그의 리더십은 ‘비움’에서 시작되었다.

1. 유방의 선택: 역량의 플랫폼이 되다

유방은 자신이 ‘플랫폼’이 되어야 함을 알았다. 장량, 소하, 한신이 마음껏 뛸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역할임을 인지한 것이다. 그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최고의 답을 가진 사람을 모으고 그들이 시너지를 내도록 판을 까는 사람이었다. 이것이 바로 리더의 메타 역량(Meta-Competence)이다. 개별 역량이 아닌, 역량을 알아보는 역량, 역량을 연결하는 역량이다.

2. 보편 원리: 비어 있기에 모든 것을 담는다

사마천이 그린 유방의 모습은 동서고금의 위대한 리더십 이론과 맞닿아 있다. 한비자(韓非子)는 군주는 자신의 지혜를 드러내지 않고 신하들의 지혜를 빌려야 한다고 말했다. 군주가 모든 것을 알면 신하들은 자신의 무능을 감추기에 급급해진다는 것이다.

서양의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효과적인 경영자』에서 리더의 과업은 ‘강점을 활용해 성과를 내는 것’이라 정의했다. 여기서 강점은 리더 자신의 강점만이 아니다. 조직 구성원 전체의 강점을 의미한다. 드러커의 말처럼, 위대한 리더는 약점을 보완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 강점을 극대화해 약점을 무의미하게 만들 뿐이다. 오늘날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가 밝혀낸 ‘심리적 안정감’의 중요성도 같은 맥락이다. 리더가 모든 것을 안다고 말하는 조직에선 아무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3. 현대적 적용: 당신은 병목인가, 광장인가

현대의 조직에서 김 팀장은 ‘병목(bottleneck)’이 된다. 모든 보고와 결정이 그에게 집중된다. 그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처리할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다. 팀의 속도와 성과는 정확히 리더 개인의 역량에 갇힌다. 반면 박 팀장은 ‘광장(plaza)’을 만든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아이디어가 교환되고,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공간을 여는 것이다. 그는 정답을 독점하지 않는다. 대신 최고의 정답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한다. 권한위임은 단순히 일을 나누는 기술이 아니다. 팀원들을 잠재적 리더로 인정하고 그들의 가능성을 믿는 철학이다. 이것이 유방이 천하를 얻은 방식이다.

# 내일 실천할 3가지

1) 질문하라. 다음 회의에서 “내 생각은 이렇습니다” 대신 “이 문제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라고 먼저 질문하라. (예상 소요 시간: 5분. 팀원의 발언 시간을 측정하여 이전보다 늘었는지 확인)

2) 위임하라. 당신이 ‘이건 나밖에 못해’라고 생각하는 업무 하나를 가장 잠재력 있는 팀원에게 맡겨라. 결과가 아닌 과정에 대해 주 1회, 30분만 코칭하라. (기대 효과: 팀원의 책임감 및 역량 증대)

3) 공을 돌려라. 주간 보고나 회의 석상에서 팀의 성과를 발표할 때, “제가 했습니다”가 아닌 “A대리가 제안한 아이디어 덕분에 가능했습니다”라고 구체적인 기여자를 지목하여 공개적으로 칭찬하라. (측정 방법: 주 1회 이상, 특정 팀원의 공을 명시적으로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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