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1일(현지시간) 미국 가톨릭 주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교황은 가톨릭 교회에 충실하길 바란다”며 반박했다.
교황은 교황청 공보실이 공개한 서한에서 모든 불법 이민자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며, “모든 인간의 동등한 존엄성이라는 진실이 아니라 힘에 기반한 조처를 하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며, 결국 나쁜 결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취임 당일부터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추방에 나선 가운데 교황은 이를 “미국의 중대한 위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나는 가톨릭교회의 모든 신자에게 이민자와 난민 형제자매들을 차별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초래하는 주장에 굴복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날인 지난달 19일에도 이탈리아 방송사 노베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 추방 계획을 추진한다면 “수치”가 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비판에 즉각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국경 담당 차르(border czar)인 톰 호먼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교황에게 해줄 가혹한 말이 있다”며 “교황은 가톨릭 교회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교황이 교회에 충실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국경 단속은 우리에게 맡기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평생 가톨릭 신자’라고 밝힌 호먼은 또 “교황은 바티칸 주변에 성벽을 갖고 있다”며 이탈리아 로마 한가운데 위치한 바티칸이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교황은 자기 자신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벽을 가졌지만, 우리는 미국 주변에 성벽을 쌓을 수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불법 이민자 추방 및 국경 단속 정책을 정당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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