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이 본격적인 대미 외교 전략을 조율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재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정책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인 투자와 강경한 안보·통상 정책을 병행하는 ‘투트랙’ 접근법을 택했다.
범정부 ‘트럼프 대응팀’ 가동
일본 정부는 지난해 미국 대선 직후부터 비공개적으로 ‘트럼프 대응팀’을 구성하고 대미 외교 전략을 준비해왔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을 중심으로 외무성, 경제산업성, 재무성, 방위성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대책 회의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아키바 다케오 전 국가안전보장국장도 이에 포함됐다.
일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우선순위에서 일본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미·중 패권 경쟁 등 글로벌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되찾기 위해 다각적인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 확대… 트럼프 설득 카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조하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이달 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형성을 위한 조언을 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 활용됐던 ‘투자 외교’ 전략도 적극 참고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정상회담 때마다 일본 기업의 미국 내 투자와 고용 창출 효과를 수치화해 지도에 표시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바 있다. 일본의 대미 직접투자는 2023년 기준 8000억 달러(약 1236조 원)로, 2017년 대비 60% 증가했다.
손정의 회장이 최근 5000억 달러(약 720조 원) 규모의 AI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처럼, 일본 정부는 도요타, 파나소닉 등 주요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유도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적 관심을 일본으로 돌릴 계획이다.
안보 최우선… 방위비 증액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의제는 안보다.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제공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방위 ▲북한 핵 대응을 핵심 협상 사안으로 설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배제한 채 북한과 단독 협상에 나서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주일미군 주둔비 증액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방위비 증액을 선제적으로 발표하며 미국의 압박을 완화하려 한다. 일본은 2027년까지 방위비를 GDP 대비 2% 수준으로 증액할 계획이며, 올해 방위 예산을 전년 대비 10% 증가한 8조6691억 엔(약 80조9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관세 장벽엔 ‘자원외교’로 대응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무역 정책 역시 일본 정부의 주요 관심사다. 현재 미국은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며, 일본 역시 철강, 반도체, 희토류 등 주요 품목에서 관세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일본은 대미 투자 확대뿐만 아니라 자원외교를 활용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정책에서 석유·천연가스 채굴 확대를 강조하는 만큼, 일본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정부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과감한 경제적 기여를 강조하면서도, 안보와 통상 이슈에서는 확고한 입장을 유지하려는 일본의 대미 외교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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