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판매되는 씨 없는 포도는 먹기 편하다는 장점으로 소비자들의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포도 재배 과정에서는 씨앗이 단순한 번식 기관이 아니라 열매의 성장과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도는 일반적으로 꽃가루받이와 수정이 이뤄져야 씨앗이 형성된다. 수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씨앗에서 지베렐린과 옥신 등 식물호르몬이 생성되며, 이 호르몬이 과실 세포의 분열과 비대를 촉진해 열매가 크게 자라고 당 축적도 원활하게 이뤄진다.
반대로 수정이 되지 않아 씨앗이 형성되지 않으면 자연 상태에서는 열매가 일정 크기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당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현재 재배되는 씨 없는 샤인머스캣이나 톰슨 시들리스(Thompson Seedless) 같은 품종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화기와 유과기에 지베렐린(GA) 등 생장조절제를 처리하는 재배기술이 널리 활용된다. 생장조절제가 씨앗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 역할을 대신하면서 열매를 크게 키우고 상품성을 높이는 것이다.
반면 브랜디나 와인 등 증류주·양조용 포도의 경우에는 식용 포도와 요구 조건이 다르다. 양조용 포도는 높은 당도뿐 아니라 적절한 산도와 향 성분의 균형이 중요하며, 일부 생산자는 상대적으로 작은 과실과 높은 산도를 선호하기도 한다. 다만 수정 여부만으로 산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며 품종 특성과 재배 환경이 산도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양조 목적에 맞는 새로운 씨 없는 품종이나 저수정성 품종 개발도 연구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대부분의 양조용 포도는 정상적인 수정과 종자 발달을 거쳐 생산된다.
한편 국내 포도산업은 품종 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이 오랜 기간 육성한 샤인머스캣 등 우수 품종이 해외에서 무단 증식된 사례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는 품종보호권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품종을 무단 증식하기보다 국내 기후와 소비자 취향에 맞는 독자 품종을 육성해야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품종 개발이 결국 품질 향상과 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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