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명품백과 시계 대신 주식과 금에 돈을 넣는 ‘투자형 결혼’이 확산하고 있다. 결혼을 과시 소비가 아닌 자산 형성의 출발점으로 인식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15일 결혼·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예비부부 사이에서는 수천만원대 예물 대신 주식·ETF·골드바 등을 매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명품 브랜드 가격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거주와 자산 증식 부담이 커지면서 실속형 소비가 우선순위로 떠오른 것이다.
내년 결혼 예정인 직장인 A씨(29)는 최근 예비 신랑과 상의 끝에 프러포즈용 명품백과 시계를 생략했다. 대신 해당 비용 약 3600만원으로 국내외 반도체 종목에 투자했다. A씨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국내 반도체 대장주 SK하이닉스를 매수하며 공동 자산 운용을 시작했다.
명품 시장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 기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대표 핸드백 ‘클래식 11.12’는 1700만원대를 넘어섰고,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 인기 모델 ‘데이트저스트 41㎜’ 역시 1800만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증시로 자금은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1억개를 넘어섰다. 투자자 예탁금과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 중이다. 특히 20~30대 신규 투자자 유입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가장 큰 부담으로는 ‘신혼집 마련’이 꼽혔다. 신혼부부 플랫폼 메링이 예비·신혼부부 5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주거 비용과 자금 문제를 최대 고민으로 답했다. 예식장과 스드메 비용 부담 역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결혼 준비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예식 규모를 줄이고 예단·예물을 최소화한 뒤 남는 자금을 투자나 대출 상환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명품 대신 주식 선물을 받았다”거나 “예물 대신 ETF 계좌를 만들었다”는 인증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금 투자 선호도 커졌다. 국제 금값은 지난해 급등세를 보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올해 들어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영향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예비부부는 예물 대신 골드바를 공동 자산 형태로 매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MZ세대의 소비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분석한다. 결혼 자체보다 이후의 주거 안정과 현금 흐름 확보가 중요해졌고, 보여주기식 소비보다 자산 축적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결혼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무리해서라도 명품 예물을 준비하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스드메와 예식 비용을 줄여 투자금이나 전세 자금으로 돌리는 사례가 많다”며 “고물가와 집값 부담 속에서 결혼의 의미 자체가 현실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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