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발 지정학 리스크가 일본 산업 전반을 흔들고 있다. 나프타 수급 차질이 석유화학에서 자동차까지 이어지며 공급망 전반에 연쇄 충격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화학업체 신에쓰화학공업은 건축 자재용 폴리염화비닐(PVC) 가격을 약 20% 인상하고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핵심 원료인 에틸렌 확보가 어려워진 영향이다.
에틸렌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기반으로 한다. 일본은 나프타 수요의 약 6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70%가 중동산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가 ‘나프타→에틸렌→PVC→건자재’로 이어지는 공급망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이미 미쓰비시케미컬, 미쓰이화학, 이데미쓰고산 등 주요 업체들도 감산에 돌입했다. 일본 내 에틸렌 생산 설비 12기 중 절반 이상이 가동률을 낮춘 상태다.
정부는 민간 비축유 방출로 대응에 나섰지만 근본 해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업계는 현재 재고가 약 2개월 수준에 그치는 점을 들어 장기화 시 추가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파급 범위다. 나프타는 에틸렌뿐 아니라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기초화학 소재의 출발점이다. 이들 소재는 자동차 부품, 가전제품 등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핵심 중간재다.
실제 완성차 업계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닛산자동차는 규슈 공장에서 이달 약 1200대 감산을 결정했다. 중동 수출 물류 차질로 재고 적체가 발생하면서 생산 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앞서 도요타자동차는 4월까지 중동 수출용 차량 약 4만 대 감산 계획을 밝혔고, 혼다도 일부 출하를 지연하고 있다. 물류 병목이 생산 차질로 직결되는 구조가 드러난 셈이다.
정치권도 대응에 나섰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 대체 조달선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급망 구조 자체가 중동 의존도가 높은 만큼 단기간 내 리스크 해소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단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넘어 제조업 전반의 생산 차질로 번지는 모습이다. 일본 산업계의 구조적 취약성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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