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 번지며 격화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이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를 고발했지만, 서울시는 예정대로 사업 인허가 절차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SH가 허가 없이 시추 작업을 진행했다며 매장유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해당 부지는 현재 발굴이 진행 중인 매장유산 유존지역으로, 사전 허가 없이 지반을 변경하는 행위는 법 위반이라는 판단이다. 발굴 중인 유산을 훼손할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반면 SH는 정면 반박에 나섰다. 문제된 시추는 설계 단계에서 필요한 기초조사로, 이미 발굴 조사 완료 이후 복토 승인까지 받은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문화재 훼손 가능성도 없으며, 본격적인 공사가 아닌 사전 조사라는 점에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핵심은 개발 규모 확대다. 당초 2018년 합의된 건물 높이 72m에서 145m로 상향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토지주 요구를 반영한 결정이지만, 문화재 보존 측면에서는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달 19일 정비사업 심의를 진행한 뒤, 4월 중 사업시행인가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국가유산청 등 관계기관 동의를 거쳤지만, 이번 변경안은 지자체 주도로 추진되면서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도심 정비 필요성은 여전히 크다는 평가다. 세운4구역 일대는 노후 건축물이 밀집해 있고, 도심 기능 회복과 주거·상업 환경 개선 요구가 지속돼 왔다. 장기간 방치될 경우 도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문화재 보존과 도시 개발 간 균형이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무조건적인 사업 중단보다는 과학적 조사와 보존 대책을 병행한 개발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서울 도심의 낙후 지역을 재정비하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 도시 활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강조된다.
정부와 서울시 간 갈등은 상급 기관 판단으로 넘어간 상태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가 중재에 나선 가운데, 결과에 따라 사업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개발 필요성과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두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한 이번 사안은 향후 국내 도시정비 정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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