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19일 현지시간으로 세상을 떠났다. 1932년생으로 93세였다.
재단 측은 부고를 통해 그를 빛과 창의성, 비전의 상징으로 표현하며 오랜 시간 패션계의 기준을 제시해온 인물이라고 밝혔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그의 작업은 화려함 속에서도 절제된 우아함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강렬하면서도 깊이 있는 붉은색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색으로 자리 잡아 ‘발렌티노 레드’라는 고유 명칭으로 불렸다.
그의 드레스는 세계 정관계와 문화예술계를 아우르며 수많은 순간을 장식했다. 1968년 재클린 케네디가 재혼식에서 착용한 크림색 레이스 드레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로마 시사회에서 입은 깃털 장식 드레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줄리아 로버츠와 케이트 블란쳇이 선택한 가운 등이 대표적이다. 오드리 헵번 역시 그의 디자인을 사랑한 배우로 알려져 있다.
발렌티노는 오트 쿠튀르의 거장으로 불렸지만 과시적이거나 논란을 부르는 스타일과는 거리를 뒀다. “나는 여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그들은 아름다워지고 싶어 한다”는 그의 말은 지금도 패션계에서 회자되는 문장이다. 이탈리아 정치권에서도 애도의 메시지가 이어졌으며, 우아함의 상징이자 국가 패션 유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탈리아 북부 파비아주에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 프랑스 파리에서 수학하며 패션 수업을 쌓았다. 1959년 귀국해 자신의 이름을 딴 하우스를 설립했고, 1960년 지안카를로 지암메티와 협업을 시작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남성복과 기성복, 액세서리로 영역을 넓히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1998년 브랜드를 매각한 뒤에는 디자인에 집중했고, 2007년 현업에서 물러났다. 2016년에는 지암메티와 함께 자선 재단을 설립해 사회 환원 활동을 이어왔다. 장례식은 23일 로마 산타마리아 델리 안젤리 에 데이 마르티리 대성당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