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를 여는 신년서시로 금종례 시인의 시 ‘희망을 품다’가 조용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이 시는 거창한 결심이나 거대한 꿈 대신, 다시 숨 쉬겠다는 작은 다짐에서 출발해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시인은 눈앞의 길이 멀고 오늘의 짐이 가볍지 않다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하나의 선택이 하루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고 말한다. 희망은 앞서 달려가는 목표가 아니라, 곁에 앉아 함께 숨을 고르는 존재로 그려진다.
넘어졌던 자리에서 한 번 더 일어나 보려는 마음, 울다 지친 자리에서 고개를 들게 하는 아주 낮은 목소리, 괜찮다고 아직 끝이 아니라고 속삭이는 내면의 힘이 시 전반을 관통한다. 기다릴 수 있고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고백은 새해를 맞는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안긴다.
‘희망은 내가 품은 것이 아니라 나를 품고 있었다’는 마지막 구절은 이 시의 핵심이다. 희망을 쫓아가야 할 대상으로 삼지 않고, 이미 우리 안에서 버팀목이 되어 왔다는 인식은 불확실한 시대를 건너는 데 필요한 태도를 제시한다.
2026년의 시작점에서 이 신년서시는 속도를 줄이고 자신을 돌보며 한 걸음씩 나아가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크지 않아도, 눈에 띄지 않아도, 오늘을 다시 살아내게 하는 마음. 그것이 이 시가 건네는 새해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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