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신계 타이포구 웡 푹 코트 고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가 단순한 참사를 넘어 홍콩 자치와 중국 중앙정부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146명이 숨지고 200명 안팎이 실종된 이번 사고는 구조 대응 과정의 미비와 책임 공방 속에 민심 동요까지 겹치며 홍콩 통치 체계 전반에 대한 시험대로 떠올랐다.
홍콩 국가안보공서는 반중 세력이 이재민의 비통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강하게 경고했다. 그러나 여론은 홍콩 정부의 준비 부족을 넘어, 중국 정부가 화재 대응에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지에 시선이 쏠렸다.
NYT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홍콩에서 약 10km 떨어진 지점까지 고가 사다리를 갖춘 소방차를 대기시켰지만, 결국 홍콩 영내 진입을 포기했다. 홍콩 자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고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홍콩 당국도 중국에 공식 지원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제는 홍콩 소방 시스템 자체가 고층 건물 화재에 대응할 장비를 갖추지 못했다는 데 있다. 불길과 고열로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가 사다리 부족이 지적됐지만, 홍콩 측은 “고가 장비 유무보다 화재 규모 자체가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사고 이후 자원봉사 단체들이 발 빠르게 물자 배분과 구호활동을 펼치면서 시민들의 자발적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당국은 이러한 조직적 활동이 2019년 민주화 시위와 비슷한 방식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국가안보경찰은 전직 구의원과 여성 자원봉사자를 체포했고, 불안 조장 혐의로 추가 구금 사례도 이어졌다.
관리 책임론도 본격화되고 있다. 화재 발생 직후 경보가 울리지 않았고, 즉각적인 대피 지시도 없었던 점은 대중의 분노를 키웠다. 이미 아파트 개보수 업체 관계자 등 10여 명이 체포됐으며, 중국 본토식 책임 추궁이 홍콩 공직사회에도 적용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과 홍콩 관계 전문가 소니 로는 “본토의 관행처럼 공무원 책임론이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존 리 행정장관에게 직접 책임을 묻기보다는 지원 확대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행정장관의 문책은 홍콩 자치에 대한 ‘중앙의 직접 간섭’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매년 말 베이징을 방문해 중앙정부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관례가 있는 만큼, 리 장관은 이번 참사와 후속 대책을 포함한 민감한 현안을 중국에 어떻게 보고할지가 주목된다.
이번 화재는 2019년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 이후 가장 큰 민심 동요를 촉발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이 홍콩 내부 문제에 어느 선까지 개입할지 시험하는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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