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기업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분석에서 “중국에서 쉽게 돈을 벌던 시대는 명백히 끝났다”며, 한때 ‘14억 인구의 황금시장’으로 불리던 중국이 이제 글로벌 브랜드의 생존을 시험하는 ‘시험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소비 위축, 현지 브랜드의 약진이 동시에 작용하며 기존 시장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는 양상이다.
명품, 자동차, 커피 등 주요 산업에서 서구 브랜드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스타벅스는 1999년 중국 진출 이후 오랫동안 고성장을 이어갔으나 팬데믹 이후 루이싱커피 같은 저가형 현지 브랜드가 급부상하며 점유율 격차를 크게 뒤집혔다. 결국 스타벅스는 중국 사업 지분 60%를 중국계 사모펀드 보위캐피털에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독일 폭스바겐은 2023년 중국 전기차 시장 1위를 BYD에 내준 뒤 올해 3분기 중국 인도량이 전년 대비 7% 줄었다. 폭스바겐은 현지 합작사와 자율주행 칩을 개발하고 중국 전용 저가 모델 ‘아우디 E5 스포트백’을 출시하는 등 대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살아남기 위해 기존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겔랑은 내년 중국 젊은층을 겨냥해 기존 대비 절반 수준인 7만 원대 립스틱을 선보일 예정이며, 중국 SNS와 로컬 아티스트를 활용한 맞춤형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겔랑 경영진은 “중국 소비자는 고품질을 전제로 합리적 가격을 요구한다”며 제품 가치 대비 가격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케아는 올해 중국에서 150여 종 제품의 가격을 낮추고 중국 전용 신제품 1600여 종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G 역시 베이징 연구소가 개발한 크레스트 미백 치약을 통해 ‘중국 맞춤형 혁신 제품’이 자사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고 언급했다.
시장조사업체 후퉁리서치는 “중국에서 현지 브랜드와 경쟁하지 않으면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도 그들과 맞붙게 된다”며 “지금은 중국 시장에서 배워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WSJ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매출 둔화를 경험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을 ‘혁신의 허브’이자 ‘학습의 장’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브랜드는 예외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랄프 로렌의 중국 매출은 최근 분기 전년 대비 30% 넘게 증가했고, 에스티로더 역시 본토 매출이 9% 늘었다. 도미노피자도 중국 시장 실적이 “놀랍도록 양호하다”고 밝혔다.
WSJ은 “중국에서 ‘쉽게 돈 버는 시대’는 끝났지만, 여전히 거대한 소비력과 역동적인 혁신 생태계를 갖춘 중국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도전과 기회가 공존하는 무대”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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