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부패 의혹으로 전격 사퇴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후임 인선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들은 1일(현지시간) 대통령실 내부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결정은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드미트로 리트빈 대통령실 홍보 보좌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시된 여러 후보군을 검토 중이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시 체제에서 비서실장 인사는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지연이다.
예르마크는 2020년 2월부터 비서실장을 맡아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혀왔다. 외교 협상과 포로 교환, 대러시아 제재 등 핵심 전쟁 관련 사안을 주도해 ‘문고리 권력’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미국과의 고위급 조율에도 실질적 창구 역할을 맡아온 핵심 인사였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과 관련된 고위층 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급격히 입지가 흔들렸다.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국(NABU)과 반부패특별검사실(SAPO)은 지난 28일 예르마크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수사당국은 국영 원자력 기업 에네르고아톰 관련 고위 간부들이 협력업체로부터 정부 계약금의 10~15% 상당의 리베이트를 조직적으로 수취한 정황을 포착했으며 예르마크가 관련됐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예르마크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예르마크의 사퇴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치학자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예르마크의 이탈은 젤렌스키에게 오른팔을 잃은 것과 같다”며 “전시 국정운영 체계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후임 비서실장 지명이 지연되면서 대통령실 내 기능 조율에도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쟁 장기화 속 국제 지원 협상, 군사 전략 조율 등 주요 업무를 총괄하던 비서실장의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젤렌스키 정부의 국정 운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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