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미국 동부의 두 대표 도시 보스턴과 뉴욕은 민주당의 압도적 우세 속에서도 서로 다른 통치 모델을 드러냈다. 보스턴의 미셸 우 시장은 사실상 무경쟁으로 연임에 성공하며 ‘예측 가능한 행정’에 대한 시민의 신임을 재확인했다. 반면 뉴욕에서는 진보 성향의 조흐란 맘다니가 시장으로 당선되며 생활비·주거·대중교통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두 도시 모두 주(州) 권한의 강한 틀 속에서 움직인다는 점에서 공통된 한계를 갖는다.
보스턴의 대중교통 MBTA는 매사추세츠주 산하 기관이고, 시 재정은 재산세 인상 제한법(Proposition 2½)의 상한에 묶여 있다. 주택 임대료 규제 또한 1994년 주 의회에서 금지되어 시정부가 새로 추진한 ‘렌트 스태빌라이제이션’(임대 안정화) 정책도 주 의회의 승인이 없이는 시행할 수 없다. 뉴욕 역시 MTA(대중교통공사)가 주정부 지배구조 아래 있고, 임대 안정은 시장이 임명하는 9인의 주택임대위원회(RGB)가 결정하지만, 제도적 틀은 주법이 좌우한다. 여기에 1970년대 재정위기의 유산인 균형예산 의무, 재정감독위원회, ‘쉼터 제공’ 판결까지 더해지면서, 두 도시 모두 주–시 간 권한 마찰을 일상적으로 감내해야 한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가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정체성보다 살림살이, 구호보다 운영 능력이다. 시민의 안녕(Salus populi suprema lex)이야말로 최고의 정치 원리라는 것이다.
보스턴의 진보는 ‘관리형 진보’로 요약된다. 주정부의 틀 안에서 가능한 즉효성 있는 개선을 통해 신뢰를 축적하는 방식이다. 우 행정부는 시내 버스(23·28·29번)의 무임 시범사업처럼 시민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반복하며, 노조·기업·시민단체 간 실무 연합을 안정적으로 구축했다. 예측 가능한 행정과 세밀한 서비스 품질이 그 핵심이다. 다만 재정 여력이 흔들릴 경우 시범사업은 쉽게 종료되고, 주택 인허가나 기후 적응 등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안에서는 합의 지연이 곧 행정의 관성으로 비칠 수 있다. 따라서 보스턴의 과제는 ‘잘 굴러가는 시스템’을 정체가 아닌 진전으로 증명하는 데 있다.
뉴욕의 진보는 ‘비용의 정치’를 관리하는 속도전이다. 대중교통 요금, 임대료 안정, 생활비 조정 모두 주정부·MTA·RGB 등 복잡한 권한 구조 속에서 움직인다. 결국 관건은 올버니(뉴욕주 의회)와의 협상력, 예산 재배분, 제도 개편을 통해 공약을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전환하는 속도와 품질이다. 신규 주택 허가와 공실률, 대중교통의 정시성과 신뢰도, 생활불편 체감도, 재정 균형, 노·사·시민 협력의 지표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
보스턴이 행정의 정밀도로 ‘관성의 비용’을 낮추는 모델이라면, 뉴욕은 제도 개혁으로 ‘구조적 비용’을 줄이는 공격형 실험대에 올랐다. 두 도시는 각각 자신이 쥔 레버(시 행정)와 주정부가 깔아둔 레일(제도 틀) 사이의 마찰을 얼마나 줄이느냐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그 결과가 현실에서 입증될 때, 이번 선택은 이름 그대로 ‘명실상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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