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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청사진, 한일의 청구서: 기술동맹의 손익계산서

백악관이 10월 28일과 29일 잇따라 발표한 팩트시트와 ‘기술 번영 딜(Technology Prosperity Deal·TPD)’ 협정문은 단순한 외교문서가 아니다. 이는 미국이 설계한 인도·태평양 기술 패권 구도의 핵심 청사진이며, 동맹국들이 각자 얼마의 ‘생존 비용’을 치르고 어떤 역할을 맡게 되었는지를 명시한 거래 장부다.

미국은 이 협정을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우주, 핵융합, 데이터 시장 등 미래산업의 국제표준을 선점했다. 일본과 한국은 그 질서에 참여하는 대가로 거대한 청구서를 수락했다.

일본의 부담은 ‘미래 표준’에 대한 투자 형태로 제시됐다. 백악관 문서에 따르면 일본은 에너지 인프라(최대 4,020억달러), AI 인프라(최대 750억달러), 핵심 부품·광물(최대 350억달러) 등 총 5,120억달러(약 730조원)에 이르는 투자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미국산 석탄 구매와 안전인증차량 무시험 판매 허용 등 시장개방 조치도 포함됐다. 일본은 미국 주도의 기술 표준을 수용하고 연구보안 강화를 약속하는 대신, AI·6G·양자기술·핵융합 등에서 공급자 지위를 확보했다.

한국은 ‘즉시 지불’로 대응했다. 대한항공의 보잉기(362억달러)·GE엔진(137억달러) 도입, 공군 조기경보기(23억달러) 구매 등 확정 지출만 522억달러(약 74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HD현대·한화오션·LS그룹의 미국 투자 130억달러가 더해져 총 650억달러 규모의 실질 지출이 확정됐다. 한미 기술 번영 딜(MOU)은 이러한 현금 거래의 대가다. 한국은 KPS(한국형 위성항법)와 GPS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고 아르테미스 2호 큐브샛 탑승권을 얻었지만, 미국의 데이터·플랫폼 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라는 양보를 수반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딜의 전리품은 모두 미국의 손에 들어갔다. 일본은 ‘헤드라인 투자’로 미래 기술표준의 좌석을 얻었고, 한국은 ‘현금 결제’로 생산기지 역할을 맡았다. 두 나라는 미국이 주도하는 기술·경제 질서에 편입되는 ‘보험료’를 지불한 셈이다.

이 거래는 승패의 기록이 아니다. 동맹국들이 자국의 생존을 위해 어떤 비용을 지불하고 어떤 위치를 확보했는지를 드러낸 냉혹한 손익계산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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