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이어진 일본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정권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가 “이제는 결판을 내야 한다”며 자민당의 비자금 문제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고 연정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사이토 대표는 지난 10일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신임 총재와의 회담에서 “계속 협의만 이어가며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검토하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라며 연정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 직후 공명당은 연립정권 탈퇴를 공식화했다.
공명당은 1999년 오부치 게이조 내각 시절 자민당과 손잡은 뒤 26년 동안 일본 정치의 안정 축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결별의 직접적 배경에는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이 자리 잡고 있다. 다카이치 총재가 옛 아베파 핵심이자 사건 연루자 중 한 명인 하기우다 고이치를 당 지도부에 기용하면서, 공명당의 ‘정치 개혁’ 기대가 무너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이토 대표는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정치와 돈의 문제는 반드시 결판을 내야 한다”며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기에 결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당이라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고, 그동안 참아온 부분이 많았다”고도 했다.
사이토 대표는 1952년 시마네현 출신으로, 1993년 중의원에 처음 입성했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부터 이시바 시게루 내각 초기까지 국토교통상을 역임하며 ‘철도 마니아 장관’으로 불렸다.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당 의석이 32석에서 24석으로 줄자, 그는 패배 책임을 진 이시이 게이이치 전 대표 후임으로 선출됐다.
공명당은 ‘깨끗한 정치’와 ‘평화주의’를 핵심 이념으로 내세운다. 반면 다카이치 총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노선을 계승한 강경 보수 인사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옹호하고 확장 재정을 강조해왔다. 이념적 간극 역시 양당 결별의 배경이 됐다.
자민·공명 연립의 붕괴는 일본 정치의 새 구도 재편을 예고한다. 중도 보수 세력이 중심이 된 공명당이 야권과의 연대 가능성을 탐색할 경우, 다카이치 내각의 정국 운영에도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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