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무역협상이 7월 말 ‘타결’ 소식을 전했지만, 후속 협상은 여전히 교착 상태다. 핵심 쟁점은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3500억달러(약 487조원) 투자 방식이다. 한국 정부는 펀드를 조성해 대출·보증 위주로 투입하겠다고 하지만, 미국은 일본과 맺은 합의처럼 투자처와 시기를 자국이 정하고 수익의 90%를 가져가겠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투자 규모다. 3500억달러는 한국 GDP의 20%에 달하고, 외환보유액의 84% 수준이다. 이를 3년 임기 내에 소화하려면 연간 1000억달러를 투입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조달 가능한 달러는 200억~300억달러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외화 유출이 환율 불안과 통화위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맺지 못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25% 관세를 감수하는 편이 오히려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외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 충격은 GDP의 0.3~0.4% 수준으로, 3500억달러 투자 약속을 유지하는 것보다 피해 규모가 훨씬 작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이 협상을 파기하기는 쉽지 않다. 일본과 EU가 이미 미국과 협정을 맺은 상황에서 한국만 빠질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고, 추가 통상 압박을 감내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없다”며 “합리성과 공정성을 벗어난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산 자동차는 이미 15% 관세를 적용받는 반면 한국산은 25%가 부과되고 있어 시간은 한국 편이 아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강한 요구와 국내 경제 부담 사이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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